멸종위기 비단벌레, 자연 속으로 힘찬 날갯짓 … 국내 최초
비단벌레 인공 증식·복원 → 자연 방사 성공]
채집한 개체들 인공 증식 산란한 알
성충 성장 6마리 밀양 표충사에 방사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복원 첫 사례
역량 인정 국가유산청 연구기관 지정
신라시대 곤충, 문화유산 복원 활용
사료·매뉴얼 개발 등 후속 절차 박차
"울산형 ESG 패러다임 구축 기대"

울산 사회적기업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 국내 최초로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인 비단벌레 인공 증식·복원해 자연 방사에 성공했다. 역량을 인정받은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비단벌레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기관으로 지정, 국내 최초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지난 19일 밀양 표충사에서 인공 증식·복원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제496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비단벌레 6개체를 자연 방사했다.
비단벌레는 국내에 분포하는 곤충 중 가장 아름다운 딱정벌레의 일종으로 초록색이나 금록색 몸에서 화려한 광택이 나는 곤충이다. 신라시대 왕이나 왕족의 장신구, 말안장 등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데 사용됐을 정도로 예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서식지가 점차 파괴되고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 대상 종이 됐고, 현재 전남, 전북, 경남 일부 지방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방사한 개체는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 밀양 표충사 일대에서 확보한 애벌레를 지난해 인공 증식해 산란한 알에서 성충이 된 75개체 중 일부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에 따르면 그동안 야생에서 포획한 비단벌레 애벌레가 인공상태에서 성충이 돼 알을 낳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인공상태에서 낳은 알이 애벌레가 되고 성충이 되는 과정까지 증명된 것은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 유일하다. 이번 자연 방사 역시 국내 최초이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곤충을 복원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청은 입찰을 통해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연구기관으로 선정하고, 전남 해남지역 개체들의 증식을 요청했다. 비단벌레 성충, 유충 등 단계별로 번식을 도와 개체수를 늘리는 등 인공 증식을 진행하는 한편, 생애주기별 관리 지침이나 인공 증식에 필요한 환경 조건 등을 정리한 지침(매뉴얼)을 개발할 계획이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다음 산란으로 400~500개체가 증식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암컷이 통상 10~15개의 알을 낳는 것을 감안하면 증식 속도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인공 증식으로 성충의 우화 기간도 2개월가량 당겨진 상태다. 이를 위해 겨울에도 먹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자연 방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서식지 보호도 중요하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표충사와 지난해 6월 '비단벌레 서식 환경보전 및 비단벌레 증식 및 복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표충사 일대에 나무들이 많이 없는데, 일대에 산림공원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속적으로 방사할 수 있는 환경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울산 내 서식지 확보 및 조성도 염두하고 있다. 개체수가 충분히 확보되면 밀양에 인접한 울주군 상북면 등지에도 서식지 환경을 조사하고 자연 방사를 통해 비단벌레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용화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만 치우쳤던 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이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확장되고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보호도 동물에서 곤충으로 시선이 넓어지고 있다"라며 "비단벌레 복원을 통해 울산만의 ESG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량 증식을 위한 매뉴얼이 없는데, 숲속의 작은 친구들과 연구·개발은 이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라며 "자연에서 교미하고 알 낳고 잘 지내는 생태계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표인데, 최소 5년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