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치유로 정성을 세계화해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성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의 절반 이상(54.9%)이 울분이 지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였다.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하려는 정성(精誠)스러움은 이러한 장기적 울분 상태에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로마가 정의를, 독일이 합리성을, 미국이 실용성을 세계화했듯이 우리는 정성을 세계화해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울분 상태에서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고 정성도 발휘될 수 없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성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의 절반 이상(54.9%)이 울분이 지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였다. 지난해 6월 조사(49.2%) 때보다 5.7%p나 상승했다. 울분 수준은 공정에 대한 신념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69.5%였다. 공정에 대한 믿음이 낮을수록 울분 정도는 높았다. 정치·사회 사안별로 울분의 정도를 측정한 결과 '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로 울분을 느꼈다는 비율이 85.5%로 가장 높았다.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85.2%),'안전관리 부실로 초래된 의료·환경·사회 참사'(85.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지난 1년간 더 무너진 공정, 계엄 사태 이후 겪었던 정치·사회적 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하려는 정성(精誠)스러움은 이러한 장기적 울분 상태에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어느 부잣집 영감이 그해 마지막 날 노비들을 불러 놓고 "내가 내일 정월 초하루에 너희들을 다 해방시켜 줄 테니, 내일부터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예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그런데 영감은 이어서 "마지막 밤이니 정성을 다해 오늘 밤새도록 새끼줄을 꼬아라.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가늘게 꼬도록 하여라"고 말했다.
종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한 종은 "마지막까지 부려 먹다니. 영감탱이가 지독하군"이라고 울분을 터트리며 마지못해 주어진 짚을 없애려 굵게 새끼줄을 꼬았다. 다른 종은 "이 밤만 지나면 자유의 몸이니 얼마나 좋은가? 오늘은 아주 힘껏 일하자"라며 정성으로 가늘게 새끼줄을 꼬았다.
아침에 영감은 광문을 활짝 열고 "어젯밤에 꼰 새끼줄로 여기 있는 엽전을 꿸 수 있는 한 꿰어서 가지고 가라"고 했다. 굵은 새끼줄을 꼰 하인은 엽전 구멍에 새끼줄이 들어가지 않아 간신히 몇 개만 꿰어서 가지고 갔지만 정성껏 새끼줄을 꼰 하인은 평생 살 밑천이 될 만큼 엽전을 꿰어서 그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지 지극한 정성으로 하는 것과 그저 대충 하는 것은 다르다.
'정성스러움'은 우리 고유의 정서다. 정화수를 떠 놓고 또는 수험장 앞에서 간절히 비는 어머니의 정성이 있었다. 세계인들이 "음, 바로 이 맛이야"라고 감탄하는 K-푸드에 사랑과 존중, 신념 등이 복합된 그 무엇이 담기는 과정 역시 정성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K-팝이나 영화, 드라마, 뷰티 등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력의 바탕에는 어김없이 정성이 녹아 있다.
누구나 처음에는 바라는 바가 있어 정성을 들이기 시작하지만 정성이 깊어지면 바람은 점점 작아지고 정성은 더 커지게 된다. 그러다 정성이 지극해지면 바람은 사라지고 오직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만 남게 된다. 이 경지에 이르면 하는 일마다 절로 이뤄지게 된다.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혜로운 사람은 일이 저절로 이뤄지는 정성의 법칙을 터득한 사람이다.
정성은 소중한 우리의 보편적 가치이자 덕목이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로마가 정의를, 독일이 합리성을, 미국이 실용성을 세계화했듯이 우리는 정성을 세계화해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울분 상태에서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고 정성도 발휘될 수 없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장기적 울분 상태'라면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울분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