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열정 접고 생존 위한 선택에 내몰린다
유망한 젊은 예술인들이 인천을 떠난다. 마음껏 예술의 꿈을 펼치고 싶어도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지원은 적고 심사는 까다로워 젊은 예술인들은 예술을 잊고 살거나 인천을 떠나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조각을 좋아해서 조형학을 전공했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해 작은 회사에서 생산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지방의 한 사립대 조형학과를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최기현(28·연수구)씨는 남동산단의 한 반도체 회사에 취업한 뒤부터 조각칼을 잊고 산다. 최근 부서 이동을 앞두고 캐드(CAD)를 익히며 한때 대학에서 나무 등을 조각한 게 도움이 된 점에 안도할 정도다. 최 씨는 이따금 지역 예술 동호회 행사에 참석하지만 별도 개인전 등은 생각조차 않고 있다.
그는 "회사 월급으로는 카드값과 적금을 넣기에도 벅차 작품활동을 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며 "시와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은 받지만 개인전에서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말 그대로 빚더미에 앉을 수 있어 안 하니만 못하다"고 푸념했다.
2020년 2월 대구 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주모(28·여·남동구)씨도 중견기업에 취업한 뒤부터 예술활동을 접었다. 주 5일 근무지만 평일엔 야근이 잦고 주말 역시 승진을 대비한 자기계발을 목표로 학원을 다녀야 해 시간이 없다. 지인들에게서 단체전 등의 제의를 받을 때가 많지만 지자체 지원금이 낮아 사실상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다.
주 씨는 "취업 준비를 할 때부터 붓을 아예 잡지 않았다. 대구는 그나마 혜택이 있었는데 인천은 여건이 너무 안 좋다"며 "취업한 뒤에는 굳이 붓을 잡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지역 예술인들이 인천시의 열악한 처우에 꿈을 포기하거나 외지로 내몰리고 있다. 평가 기준이 엄격한 데다 선정 인원도 일부에 그쳐 취업전선에 내몰리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난 탓이다.
22일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에 따르면 인천에는 총 8천983명의 예술인이 활동 중이다. 이는 전국 예술인 19만6천371명 중 4.57%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서울시는 7만512명으로 35.91%에 달하고, 경기도 역시 4만8천503명으로 24.70%에 이른다. 심지어 인천은 부산(1만436명·5.31%)과 경남(9천141명·4.65%)보다도 예술인 수가 적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등은 예술인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으로 예술창작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일반(단년)과 집중(다년), 신진·원로 등으로 구분한 이 사업은 총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문학과 연극, 무용 등 공연 행사를 중점으로 3~5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사업계획서 등을 평가해 최종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900건이 넘는 사업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20%(180건)만 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에도 1천여 건의 사업이 접수됐지만 선정된 사업은 20%(200명) 안팎에 불과했다.
재단 관계자는 "많은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싶지만 예산이 한정돼 까다로운 심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심의위원이나 선정 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알리고 있으나 결국 능력 있는 예술인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선 까다로운 심사 기준이 예술인들을 서울이나 경기도 등 외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한 사업에도 사업계획서 등 행정부문에 심의 비중을 높여 도리어 유능한 인재를 외지로 유출시킨다는 것이다.
권도국 계양가족센터장은 "가족 친화 프로그램에서 예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인천지역에선 마땅히 내세울 곳이 부족하다"며 "가까운 부천이나 서울 등 외지 예술인들과 연대해 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현 인하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도 "인천지역에선 예술 지원 예산 자체를 너무 낮게 편성한다. 그것도 매년 다른 사업을 위해 줄이는 유일한 지자체"라며 "수도권이란 말이 우스울 정도로 다른 지자체보다 인지도나 비중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지우현 기자 w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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