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 이란 핵시설 전격 타격 … `판도라 상자` 열렸다
벙커버스터 GBU-57 14발 투하
트럼프 "평화 안 만들면 비극"
대통령실, 안보·경제 점검회의

미국이 이란 현지 시간 22일 새벽 이란 주요 핵시설 3곳을 전격 타격했다. 이로써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폭격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이어 이날 밤 10시에 가진 TV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만들지 않으면 더 큰 비극이 발생할 것"이라며 폭격의 정당성을 밝혔다. 그는 "3개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성공적이었지만 아직 목표물이 많다"고 밝혀 이란의 대응에 따라 추가적인 공격을 예고했다.
작전명은 '미드나잇 해머'다. 미군은 B-2 스텔스 폭격기 7대를 동원해 지하 깊숙한 곳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57'을 14발 투하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B-2 폭격기가 20일 미 본토에서 이륙, 태평양을 건너 37시간 만에 목표지점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은 토마호크 미사일 30발로 공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폭격기들이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를 실전에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폭격으로 "이란 핵시설이 완전 파괴됐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결과는 위성 분석이 있은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피습을 확인하면서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핵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압바스 아락치 외교장관은 이날 엑스(X)에 "유엔 안전보장회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유엔 헌장, 국제법, 핵확산금지조약(NPT)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과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은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곰주(州) 당국자를 인용해 포르도 핵시설이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청(AEOI)은 피해 정도를 밝히지 않은 채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산업(핵)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위대한 이란 국민에게 확언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예상해 포르도 내 핵시설을 미리 빼뒀기 때문에 결정적 피해는 없었다는 이란 당국자의 말도 나왔다.
이란 국영 TV는 미국 군인과 시민들은 이제 이란의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중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미군기지가 있으며 약 4만명이 주둔하고 있다.
AFP통신은 이란 국영TV를 인용,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요격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텔아비브 곳곳에서 폭음이 울렸다고 전했다.
이란이 아직 중동 내 미국이나 인근 해역의 미군 자산을 공격하진 않고 있으나 만약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미국은 대규모 추가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분쟁 불개입 원칙을 세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세운 선을 넘어 적극적 전쟁 수행으로 들어가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두 번의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에 개입해 크나큰 지정학적 경제적 곤욕을 치렀다.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내에서도 중동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이 또 중동 늪에 빠지게 되고 결국 이번 폭격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행할 경우 세계 석유 공급망은 대혼란에 빠지고 미국 역시 그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회의실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안보·경제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관련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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