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녹화, 팬은 자정부터 대기"…미성년 아이돌 '새벽 노동' 반복
SBS '인기가요' 등 가요 프로그램 새벽 녹화 관행 문제 제기돼
아이돌 데뷔 연령 낮아지는 추세 속 '미성년 심야 노동' 문제도
SBS "제작진도 문제 인식, 선도적으로 움직이겠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SBS '인기가요'를 비롯한 주요 음악방송들이 심야 시간대에 사전녹화를 진행하면서 방송 스태프들은 물론, 미성년 아이돌과 청소년 팬들의 '새벽 노동'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이돌 그룹의 데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 속에, 청소년의 기본권과 안전을 고려한 제작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BS '인기가요' 제작진들은 쉽지 않지만 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공개된 SBS 4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4월23일 회의 진행)에 따르면 김두나 시청자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SBS 인기가요'의 사전 녹화 시간이 새벽 시간일 때가 많고, 이로 인해 스태프는 물론 아이돌 가운데 미성년자들까지 새벽 노동을 하게되는 현실을 짚었다.
김두나 위원은 “'SBS 인기가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 환경 또한 그에 걸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SBS 인기가요'는 생방송과 사전녹화로 구성된다. 그런데 보통 사전녹화가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제작진은 물론 출연진과 관계자들, 팬들까지 모두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2일 방송 그룹 '투어스'의 무대 사전녹화가 4월20일 새벽 2시40분에 진행되었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서 해당 일의 공지를 찾아보면 SBS '인기가요' 투어스의 사전녹화는 새벽 2시40분에 진행되고 인원체크는 밤12시부터 새벽 1시, 새벽 1시부터 2시까지다. 280여명이 참여를 한 행사다.

김두나 위원은 “당연히 제작진들은 밤샘 야간 노동을 해야 했고, 출연진과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이 뿐 아니라 사전녹화 시간에 맞춰 팬들은 밤 12시부터 모여서 대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아이돌 멤버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미성년자 심야 노동 문제로 이어진다. 김두나 위원은 “'투어스'는 19세 미만의 미성년 멤버들이 포함된 팀인데 19세 미만의 대중문화예술인은 원칙적으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시간대에 활동이 제한된다”며 “대중문화예술인 본인과 친권자 등의 동의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되기는 하나, 이는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가급적 심야 활동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두나 위원은 “이러한 문제는 '투어스'뿐만 아니라 많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며 “최근 아이돌 그룹의 데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미성년 출연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사전녹화 시간의 조정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과제”라 짚었다.
이어 “또한 사전녹화에 참여하는 팬들 역시 십대 청소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새벽 시간에는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거나 제한되어 있어 안전한 귀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팬들의 안전을 고려해 보아도 심야 사전녹화는 최소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계에서 반복되는 관행을 SBS가 선제적으로 개선해달라는 바람도 전했다.
이재진 SBS 시청자위원장 역시 “우리 아이돌 그룹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데 기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좀 더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했다”고 덧붙였다.
SBS 제작진은 해당 문제 지적에 동의를 하면서도, 쉽지 않은 현실 조건을 열거했다. 이와 관련해 민의식 스튜디오프리즘 1CP는 “해당 의견에 '인기가요' 제작진 모두 깊이 공감하는 바”라며 “아티스트의 기본권과 팬들의 안전 문제라는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제작진 내부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CP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개선이 어려운 이유들이 있다”며 “글로벌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촘촘한 스케줄이 그 중 첫 번째”라고 밝혔다.
민CP는 “아티스트들은 '인기가요' 녹화를 위해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할애하기에도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시간 단위로 나눠진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이른 새벽시간을 무조건 피하기가 당장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또한 하루에 리허설, 사전 녹화, 생방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한국의 제작 시스템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CP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방송사들의 각기 다른 음악 방송들의 스케줄이 진행되는 관계로, 한정된 기간동안 국내 음악 방송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다른 일자의 리허설과 사전녹화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만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의식과 세계에서의 K-POP의 영향력을 보았을 때, 더이상 작금의 제작 환경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앞서 말했듯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SBS '인기가요'가 한국 음악 방송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음악 방송의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선도적으로 움직이고자 한다”며 “아티스트의 소속사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전 녹화 시간을 단축시키고, 너무 이른 시간의 녹화를 지양하도록 하겠다. 더불어, 미성년 멤버가 있는 팀의 경우에는 특히 리허설과 녹화 시간을 오후 10시와 오전 6시 이전을 피해서 배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안하도록 하겠다. 이 외에도 아티스트, 팬, 제작진 모두를 위해, 개선 방안들을 끊임없이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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