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북중미 월드컵, 최악의 ‘기후 파괴’ 대회 되나
FIFA, ‘탄소중립’ 약속 뒤 배출 되레 늘어
유로 대회, 동선 줄이고 기후펀드 조성 노력

내년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역대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국제 축구 대회로 기록될까?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공동 개최로 이동 동선이 길어진 가운데 본선 참가국 수도 48개국으로 늘어나, ‘역대 최대 탄소 배출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탄소 배출량이 약 370만톤(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보다 10만톤 더 늘어난 역대 최대치로, 다 자란 나무 1억7천만여그루가 1년 동안 흡수(1그루당 약 21㎏)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북중미 월드컵의 탄소량이 이처럼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참가국 수의 증가다. 북중미 월드컵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어난 첫 대회다. 전체 경기 수도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어나, 32개국 체제일 때 약 340만명이던 관람객 수는 48개국 체제에선 5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가장 많은 관람객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축구연맹은 더 많은 나라에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입장권과 중계권 수익 등을 높이기 위해 참가국 수를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것도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3개국 간 거리가 멀어 선수단과 관람객 등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축구연맹은 북중미 대회 탄소 배출량 예측치 중 85%(51%는 북중미 이외 지역 이동, 34%는 도시 간 이동)가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축구연맹이 공언한 204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제축구연맹은 지난 2021년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친환경 인프라 구축 및 재생에너지 사용 등 방법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16만톤 대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한 뒤 2040년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 카타르 월드컵에선 선적용 컨테이너 974개를 사용해 재활용 가능한 ‘974 스타디움’ 건설 등 탄소를 줄이기 위한 건축 부문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냉방을 해야 해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뒤에도 카타르에 이어 북중미 월드컵에서 연이어 탄소량이 증가한다면 국제축구연맹을 향한 비판이 더 거셀 수밖에 없다.

스포츠계에선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한 ‘유로 대회’를 탄소 감축의 본보기를 보인 대회로 꼽는다. 지난해 독일에서 개최한 유로2024의 경우,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팬과 선수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유도해 당초 예측치보다 탄소량을 21% 줄이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유럽축구연맹은 유로2024 개최 과정에서 탄소 감축 인프라 투자 등을 위한 700만유로(약 111억원) 규모의 ‘기후 펀드’를 조성해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내려 노력했다.
기후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시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열 경우 이동 동선 축소뿐 아니라 대회 규모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단체 ‘카본마켓워치’는 지난해 프랑스 올림픽 개최 직전 발표한 ‘친환경으로 전환’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 이벤트들이 건설 재료 재활용 및 에너지 효율성 보완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항공 여행을 줄이기 위한 계획 없인 탄소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며 “항공기 이용 대신 육로를 통해 관중이 관람할 수 있게 경기 간 동선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대회를 축소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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