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일의 도시탐험] 밥 주는 아파트,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 2025. 6. 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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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

최근 주택시장은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면서 일부 고급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간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같은 일부 지역에서 나오는 집값 관련 뉴스가 주목받지만, 정작 지방 도시들에서는 매매조차 드물어 시장 동향을 분석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고급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이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입지나 규모뿐 아니라, 제공하는 부대서비스까지 고급화 경쟁의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급화 경쟁 속에 최근에는 '호텔급 조식을 아파트에서'라는 문구와 함께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강남·여의도 등 주요 지역의 고급 아파트에서부터 화제가 되면서 최근에는 지방의 일부 아파트 단지 분양광고에도 나타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출근 전에 따뜻한 아침을 제공받는다는 개념은 분명 매력적이다.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고급 호텔의 조식을 일상 속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기대는 바쁜 도시인들에게 꽤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근사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하는 가격은 외부 식당과 비교해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설사 가격이 싸다 해도 그 유지비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서는 기대보다 이용객이 적자 식당 운영비를 관리비에 포함시킨 사례도 있다.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는 서양 속담이 말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조식을 이용하지 않는 주민들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 해서 논란이 일어난 경우도 있다 한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가 도시 외부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단지 내 식당은 대부분 자영업과 중복되는 업종이고, 특히 식당은 소규모 창업이 가능한 대표적인 생계형 업종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식당, 카페, 세탁소 등 생활 편의 시설이 속속 들어서면 단지 외부의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사내 식당에 휴업일을 두는 등 배려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아파트 단지가 이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역 상권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아파트가 이런 고립된 고급형 생활단위가 되어간다면 결국 도시 전체의 활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단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되면, 외부와의 연결은 점점 약해지고, 지역 공동체는 단절된다. 도심의 상점가, 전통시장, 동네 식당 등이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면 도시의 자생력도 함께 약화된다. 결국 삶의 질은 단지 내부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얼마나 풍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아파트 고급화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하고, 편의성을 높이며,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고급화를 빌미로 공동체 외부를 고립시키고, 도시 기능을 단절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식사 제공과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진정한 배려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상업적 전략인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눈에 띄는 서비스가 꼭 '삶의 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는 아파트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파트 안에서만 삶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지속 가능해야 진정한 고급화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명품 아파트'가 아닌, '명품 도시',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파트의 고급화를 넘어, 도시와 지역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