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도 태어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엄마 뱃속을 헤엄쳤던 기억 때문일까.
물에 잠긴 인간의 모습은 평안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암울한 현실에 좌절하고, 불가피하게 존엄성을 잃는 순간에는 비참한 분위기가 공연장을 감싼다.
엄마 뱃속에서 웅크린 태아처럼 원초적이고 평안한 모습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월1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엄마 뱃속을 헤엄쳤던 기억 때문일까. 물에 잠긴 인간의 모습은 평안한 느낌을 준다. 원초적이면서 조금은 무기력한 모습, 양수 속의 태아 혹은 이제 막 태어나 아직 피부가 마르지 않은 아기와 같은 이미지다.
연극 '킬 미 나우'(연출 오경택)는 주인공이 욕조에 잠겨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무대 뒤편 샤워실의 커튼이 걷히면 촉망받는 소설가였던 제이크(이석준·배수빈)가 사지를 가누기 힘든 열일곱 살 지체장애인 아들 조이(최석진·김시유·이석준)를 목욕시키고 있다.
첫 장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생존을 의지하고, 그 다른 한 명은 전심전력으로 상대를 돌본다. 몸은 커졌어도 아버지에게 아들은 탄생했을 때의 순간처럼 늘 아기다.
여동생 트와일라(이진희·김지혜), 도우미 라우디(허영손·곽다인)가 도움을 주지만 제이크의 생활은 돌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조이를 신경 쓰느라 소설 쓰기를 포기한 지도 오래다. 유일한 해방구는 일주일에 한 번 애인 로빈(전익령·이지현)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는 말한다. "나한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나한테 '나'는 없어."
'킬 미 나우'는 감정의 진폭이 큰 작품이다. 인물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암울한 현실에 좌절하고, 불가피하게 존엄성을 잃는 순간에는 비참한 분위기가 공연장을 감싼다. 배우들은 일순간 무대의 공기를 바꾸는 깊이 있는 연기로 극을 입체적으로 전개시킨다.
이들의 일상은 제이크가 퇴행성 불치병에 걸리며 위기를 맞는다. 제이크는 점차 조이처럼 말이 어눌해지고 목발과 휠체어 없이 거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통증을 견디기 위해 먹는 약은 인지 능력을 떨어뜨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킬 미 나우'는 마지막 장면 역시 욕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장면과 반대로 제이크는 욕조 안에, 조이는 밖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을 갓난아이 때부터 17년간 씻겼던 그 장소에서 위치만 뒤바뀐 채 함께 있다.
배우가 빈 욕조에서 물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던 앞선 장면들과 달리 마지막 장면에서는 욕조에 실제로 물이 채워져 있다. 위치도 무대 뒤편에서 앞쪽 중앙으로 옮겨져 관객들은 제이크 역 배우가 물에 잠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 뱃속에서 웅크린 태아처럼 원초적이고 평안한 모습이다.
[김형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평생 직장인데도 안 할래요”…5년새 경쟁률 ‘최저’ 찍은 의외의 시험 - 매일경제
- [속보]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격…텔아비브서 미사일 폭음”, 중동전쟁 확전기로 - 매일경제
- 성매매, 아내 용서받았으니까… 엄태웅, 9년 만에 안방으로 복귀 - 매일경제
- “아들 안 낳아서 천만다행”…‘이혼설’ 도는 미셸 오바마 ‘의미심장’ 발언 - 매일경제
- [속보] 이스라엘군 “이란, 미사일 다수 발사”…텔아비브 곳곳 폭음 <로이터> - 매일경제
- “청소 좀 해”...잔소리 듣고 밥상으로 내리찍어 실명시킨 60대 男 징역형 - 매일경제
- 이란 국영방송 “역내 모든 미군과 美시민, 이제 합법적 공격대상” - 매일경제
- “직장인 57%, 시간당 1만2000원 이상 받아야…그 이하는 인간다운 삶 어려워” - 매일경제
- 금감원이 막걸리 1등 회사와 손잡은 사연은 - 매일경제
- 아다메스-야스트렘스키에게 통했던 휴식 요법, 이정후에게도 통할까? 보스턴전 휴식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