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세대’ 출생붐을 응원하기 전에 [아침햇발]

황보연 기자 2025. 6. 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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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황보연 | 논설위원

대부분의 선진국은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출생아 수가 폭증하는 베이비붐을 겪었다. 인구 규모가 큰 베이비부머는 생애 주기가 바뀔 때마다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미국 버지니아주 지역신문 ‘데일리 프레스’는 1963년 1월28일,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가 진학할 연령이 되면서 대학 입학생 수가 급증하는 데 따른 재정 부담 등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실제로 각국에서 베이비부머는 학교 교실을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만들기도, 생산인구를 늘려 자연스레 경제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이른바 ‘인구 보너스’ 효과가 끝난 뒤의 관심은 이들의 노년기다. 거대 인구 집단이 늙어갈수록,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부양 부담은 커진다. 일본에선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은퇴하는 시점에 ‘2007년 쇼크’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차(1955~1963년생)와 2차(1964~1974년생) 베이비부머가 차례로 65살 이상 노인이 되어가거나 법적 정년(60살)을 앞두고 있다. 올해 51~70살인 이들은 전체 인구의 약 32%로, 그 비중이 압도적이다.

베이비부머의 인구 효과는 그 자녀들까지 소환한다. 지난해 출산율(0.75명)은 9년 만에 반등했고 올해 1분기에도 0.8명대를 회복했다. 출생아 수도 크게 올랐다.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자주 거론되는 인구 집단이 ‘에코세대’다. 메아리(에코)처럼 출생붐이 다시 나타났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통계청은 1979~1992년생을 에코세대로 정의한다. 어머니가 1차 베이비부머인 비중이 30% 이상인 시기다. 이들의 생애 주기가 결혼과 출산으로 접어들면서 가임여성의 인구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 가능성이 높은 30~34살(1991~1995년생)은 한해 70만명대로 태어나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 앞뒤로 5년씩은 연간 출생아 수가 60만명대에 그친다. 이들은 통계청이 정의한 에코세대보다 좀 더 젊다. 2차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이거나 통계청이 아버지 베이비부머를 기준으로 추려본 에코세대(1982~1996년생)와 겹친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두고 저출생 극복의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에코세대의 출생붐을 낙관하고 있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가 눈여겨보는 30대 초반 가임여성 인구수는 일시적으로 ‘반짝’ 반등했을 뿐이다. 앞으로 5년만 지나도 가파른 기울기로 줄어든다. 정부는 결혼·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추세적 반등을 기대할 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결혼·출산의 여건이 나아져서 출산율이 올랐다기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미뤄졌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커 보이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30대 초반 무배우 여성의 혼인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혼인율은 오히려 감소했다.(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추계)

과거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1996년에야 폐기한 것도 에코세대의 머릿수만 세고 있다가 실기한 측면이 있다. 출산율은 이미 1980년대 중반 이후 뚝뚝 떨어져 왔지만 그 뒤로도 출생아 수는 장기간에 걸쳐 높게 유지됐다. 정부가 출산율 하락이 보여주는 의미를 파악하고 대응하기는커녕, 당장의 출생아 수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윤 정부는 저출생을 성과지표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제동이 걸렸지만, 개발연대 시절 경제기획원의 기능을 본떠 인구전략기획부를 설치하고 2030년까지 출산율 1.0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앞세웠다. 한 사회가 아이를 낳고 기를 만한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신호이자 개인의 선택인 출산을 성과지표로 삼는 것은 반감을 부를 소지가 크다. 더군다나 윤 정부는 저출생 관련 중요 의제인 성평등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에선 외려 퇴행적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무작정 인구수가 많다고 에코세대의 결혼·출산을 응원할 것이 아니라, 저성장과 좋은 일자리 감소, 주거 불안 등 그들이 생애 주기에서 겪게 될 어려움을 먼저 살펴야 한다.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인구 정책에서도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통령실에선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실에 인구정책비서관을 둔다고 한다. 이전 정부의 저출생대응수석에 견주면 위상이 축소된 것 같지만 인구정책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구조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취지는 반가운 대목이다. 인구 구조는 단기간에 그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 단기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하기보다는 인구 구조 변동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져야 한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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