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환수의 골프인문학]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선 '골프 사랑'

황환수 2025. 6.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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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프로 골프 선수 중 가장 골프를 잘 치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2025년 메이저 대회 US오픈 연습 라운드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 및 칼럼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곰곰이 되짚어봤을 때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 문장에서 '사랑한다'는 단어로 치환했을 때 어색하지 않으면 그 문장은 '좋아해도, 사랑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뜻은 감정이 훨씬 깊고 진지함을 전제한다. 그리고 단순한 호감을 넘어 '상대 또는 대상을 아끼고 책임지려는 마음'이 더 강하게 일어나는 마음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진정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자신이 의도와 상관없이 볼이 제 갈 길로 날아가는 경험은 누구나 지니고 있다. 밉다. 골프가 도대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골프가 사랑의 깊이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다. 



 



스스로 온 정성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성을 외면하는 대상에 대해 사랑하는 감정을 싹트게 하는 것은 강한 인내를 요구한다. 특히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일정한 테크닉이나 기술적 방식을 요구하는 레크레이션일 경우 기술적 능력에 도달할 때까지 사랑의 감정을 유보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골프는 의외로 중도 포기하거나 두려움에 앞서 시작을 외면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경제적 이유를 앞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노력과 시간 투여에 비해 가성비가 적다는 불만스런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면서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격차를 의외로 쉽게 여기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대부분임을 골프 현장에서 확인하곤 한다.



 



어렵지 않고 쉽게 볼을 타격하는 프로 스윙을 눈으로 이해하며 금방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동작은 역설적이게도 쉽고 단순한 스윙의 동작임을 아마추어들이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종종 산악인들이 산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사랑하는 감정에 이르렀을 때, 그가 산에서 갖은 고초와 고통을 함께 겪었을 것으로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전의 시간에서 산 사랑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스윙의 난해함이나 정복되지 않는 골프의 테크닉은 도전의 새로운 시그널이며 이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골프 사랑이 싹튼다는 추측은 억측이 아니다. 



 



실제로 대다수 고수들에게 '골프의 진정한 묘미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손앞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난해함이 그것이며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골프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동일한 답안이 제시됐다. 



 



좋아하는 정도에서 사랑한다는 경지로 치닫게 된 경과의 순서를 되짚어 볼 때, 바로 골프의 어려움과 정복되지 않는 골프기술의 마성이 아닐까 싶다. '미운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타당할 듯하다. 



 



또한 사랑하는 이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헌신이다. 골프 사랑의 헌신은 무엇일까. 골프와 관련된 모든 종류에 대해 애착과 아낌이 아닐까 싶다. 골프공, 클럽, 골프의류, 골프장, 연습장에 대한 애착도 한몫 거든다.



 



이로 인해 골퍼 스스로 자신의 일상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폭을 날마다 넓혀가고 사랑의 경지에 이르면 골프가 곧 일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사랑하고 싶은 골프가 미운 얼굴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당연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황환수: 골프를 시작한 뒤 4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바람부는 날에는 롱아이언'이라는 책을 엮었다.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대구 SBS/TBC 골프아카데미 공중파를 통해 매주 골퍼들을 만났고, 2021년까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칼럼을 15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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