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해외 직업교육 정책 변화와 한국의 대응 전략

전 세계는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교육의 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를 포함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직업교육을 단순한 기술훈련이 아닌, 평생 직업능력 개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산업구조 변화, 고령화, 지역소멸 등 복합적 사회문제 해결과 직결된 교육정책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18년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자유에 관한 법(Loi pour la liberte de choisir son avenir professionnel)'을 제정하면서 직업교육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했다. 기존에는 국가 주도의 중앙집중형 훈련체계였지만, 이 법을 통해 직업교육의 결정권을 개인에게 부여하고 디지털 기반 플랫폼(CPF)을 통해 생애주기별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췄다. 아울러 중소기업 대상 세제지원, 고등직업교육(BTS) 수준의 도제교육 확대 등 고용연계 중심의 직업교육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이 제도는 청년뿐만 아니라 성인 및 중장년층의 전직과 재취업을 위한 통로로도 기능하며, 평생직업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역시 직업교육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이원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정교화하고 있다. 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은 일정 기간 유급으로 기업 실습에 참여하며 실무역량을 쌓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그린에너지, 디지털 전환 등 신산업 분야로까지 교육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품질 보장은 국가가 인증하고, 기업은 교육훈련 참여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조기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일본은 고등전문학교(고센)를 기반으로 한 실무중심 교육을 통해 지역산업에 특화된 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에 맞춘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업과 협력한 현장 프로젝트 중심 수업은 학생들의 취업률과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캐나다는 산학협동교육(Co-op Program)이 고등직업교육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과 병행하여 기업에서 일정 기간 실무를 수행하며, 이를 통해 이론과 실습을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이러한 교육 모델은 단순히 직무기술 습득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맞물려 전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변화에 비추어보면, 한국의 직업교육은 여전히 제도적·사회적 한계 속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일반교육의 보완재' 수준에 머물러 있고, 도제교육이나 산학일체형 교육 역시 제도화보다는 실험적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 나아가,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들은 지역과 산업을 연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선진국형 직업교육 모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직업교육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단순한 교육기본법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국민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일과 삶'을 지원하는 법률로 설계되어야 한다. 직업교육은 교육정책의 일부를 넘어서, 고용·복지·재교육·전직지원 등과 긴밀히 연결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직업교육법은 전 생애적 관점에서 국민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시점에 교육·훈련을 통해 삶을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는 포괄적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이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직업교육을 위한 국가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통해 단기 사업지원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개혁을 뒷받침하는 재정 기초가 조성되어야 하며, 고용부, 산업부, 교육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산업과 연계된 직업교육 플랫폼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어야 한다. 캐나다식 Co-op 프로그램처럼 지역의 중소기업과 대학, 지자체가 함께 훈련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청년과 지역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직업교육이 단순히 교육기관의 노력만으로 지속 가능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인구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재정과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며, 교육기관과 산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직업교육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직업교육은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와 유럽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직업교육은 단순한 기술습득의 수단이 아니라, 생애 전환기마다 삶의 방향을 바꾸어줄 수 있는 제도적 사다리다. 이제 우리도 직업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의하고,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위상을 높이며, 직업교육이 국가혁신의 한 축이 되도록 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 ydkim@dit.ac.kr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협회장=부산경찰청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상임위원, 부울경·제주 전문대학총장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과학대 총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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