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철수?… 주한미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우승의 사건]
6·3대선 후 이재명정부 출범… 한미 간 논의 본격화 가능성

트럼프 2기 시대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 문제는 단순한 관측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제이비어 브론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동맹국이자,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섬 또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했다. 대북 억제에 특화된 주한미군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현직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인 만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논의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달 22일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2만 8500명 중 4500명을 미국령 괌 등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검토할 예정인 주한미군 운영 방안의 하나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 보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대미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유럽이 안보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처럼 아시아 동맹국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스스로 신속히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한미군 문제는 유독 현 트럼프 2기 행정부만의 사안은 아니다. 미군이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에 처음 주둔하기 시작한 이래 미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계속 논란이 됐던 이슈다. 미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의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처음 들어왔으며, 1945년 8월부터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때까지 약 8만명 가까운 병력이 주둔했다. 미 군정을 지원하고, 치안유지 등 임무를 맡았다. 1949년 철수했다.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유엔군으로 다시 들어왔다. 1951년 전쟁 당시 30만명이 넘는 미군이 있었지만, 휴전 후 1954년 5개 사단, 1956년 1개 사단 등 대규모 철군으로 약 7만명 정도 병력을 유지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해 현재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 수준이다.
처음 주한미군 철수를 놓고 한·미 정부가 큰 이견을 보인 것은 닉슨 대통령 때다. 닉슨은 미 대선 2년 전 1967년 10월 포린 어페어지에 ‘베트남 이후 아시아’란 논문을 게재,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니며, 아시아 국가들은 스스로 방위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통령이 된 닉슨은 주한미군 철수를 본격화해 1971년 3월 미 7사단 2만여명이 철수했다. 공교롭게도 닉슨이 재선에 실패해 추가 철수는 진행되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주한미군 이슈는 카터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재부상했다. 카터는 1976년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로 갈등을 빚은 카터 행정부는 1977년 9월, 1978년 11월 일부 병력을 실제 철수했지만, 한국 정부와 미 국방부의 반발로 감축안은 백지화됐다.

미국은 2004년 ‘전 세계적 방어태세 재검토 계획’(GDPR)을 내놓으며 전 세계 미군 전략을 새롭게 짰다. 특정 지역에 미군을 오랫동안 주둔시키기보다는 신속하게 분쟁 지역 어디라도 투입할 수 있는 ‘기동군’으로 개편한다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반영됐다.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미국은 불량국가 테러 세력에 대한 미군의 신속한 전개와 응징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미군 개편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해외주둔재배치 계획을 발표했고, 주한미군 병력 감축안도 포함됐다. 2003년∼2006년 주한 미군 2사단 예하 부대가 이라크로 파병됐고, 용산기지 평택이전도 이때 추진됐다.
GDPR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트럼프 집권 1기에 그대로 이어졌다. ‘역동적인 전력전개(DFE)’ 개념으로 발전했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순환 배치와 신속 배치가 더욱 부각됐다.

2013년 주한미군에 전투여단 순환배치가 결정됐다. 미 육군이 2013년 6월 발표한 ‘여단전투단(BCT) 개편계획’에 따라 주한미군 여단급 부대를 해체하고, 미 본토 전투여단을 순환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한·미는 2015년 미 본토 1기갑 사단 예하 2기갑 전투여단이 최초의 여단급 부대로 순환배치됐다. 특히 2022년부터는 기존 전투여단 대신 스트라이커여단전투단(SBCT)이 순환배치됐다.
미군 편제상 여단전투단(BCT)은 전장에서 독립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사단보다는 규모가 작고, 연대보다는 크다. 전투병과 및 통신·공병, 포병 등의 여러 병과도 함께 구성됐기 때문에 독립적인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다. 해외에 파병되는 미군의 기본단위 부대다. 보병 여단전투단, 기갑 여단전투단, 스트라이커여단 전투단 등으로 무장과 역활에 따라 구분된다.
이 가운데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SBCT)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 96시간 안에 신속하게 투입하려고 만든 부대다. 미 육군에는 스트라이커 여단이 9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1전차와 같은 중기갑 무기가 없는 대신 기동성이 높은 스트라이커 차륜형 장갑차 3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병력은 약 4500여명 이다. 2022년부터 6∼9개월 주기로 순환배치되는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이 감축 1순위로 꼽힌다. WSJ은 미국이 4500여명의 병력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공교롭게도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의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새정부가 출범한 만큼 방위분담금 재협상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 말기 전격 타결됐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 협상을 재개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와 감축 카드에도 불구, 우리정부가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부각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에 명확한 확장 억제 제공 의지를 보일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한국은 북핵 대응에 대한 안전보장을 미국으로부터 약속받기 위해서라도 대미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확장억제' 개념은 미군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적국의 핵 공격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받은 것 처럼 보복한다는 의미로 핵우산 개념을 더욱 발전시킨 개념이다. 양국 간 ‘확장억제’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때다. 북한 첫 핵실험으로 북한 핵 보유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의 목적으로 확장억제 개념을 도입했다. 한·미는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이 개념을 보강해왔다.
전임 윤석열 정부와 미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군의 핵 전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른 실무협의체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NCG의 역할이 약화하거나 무력화되지 않도록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와 동맹으로서의 한국의 역할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해 주한미군의 재배치나 감축을 막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와 안전보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21세기 상호윈윈 하는 한·미 동맹 미래 청사진을 미국 측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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