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광고사진가가 찍은 몽골의 거대한 풍경

가볍게 한 장 17. 도재홍 사진가의 몽골 사진전
그림엽서 한 장이 왔다. 다시 보니 흐린 연필로 그린 그림인 줄 알았는데 사진처럼 보이기도 했다. 뭐지? 뒷면엔 사진 전시의 짧은 안내였다. 궁금해서 전시장을 찾았다. 가서 보니 뜻밖의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손바닥 크기의 1초도 안 보고 커서를 올리는 사진에만 익숙해진 습관을 비웃듯이 커다란 액자 속에 걸린 몽골의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서울 서초구의 두성페이퍼갤러리에서는 요즘 사진가 도재홍의 사진전 ‘소백 청연 사흘 초평’이 열리고 있다.


도재홍은 30년 넘게 자동차나, 대기업 제품, 호텔 등을 촬영해 온 광고 사진가다. 상업 사진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가 자동차나 호텔 광고 사진인데 가장 화려한 모습을 위해 수많은 조명들을 세워 촬영하기 때문이다.
도씨는 지난 2001년 광고를 위해 찾아간 몽골에서 아름다운 사막의 석양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 후 화려한 광고 사진들을 찍는 동안에도 마음은 늘 몽골의 대지와 하늘에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몽골을 찾거나 아예 몇 년 동안 살면서 사진들을 찍었다.


전시된 사진엔 사람이 보이거나 사람이 만든 건물이나 게르(이동식 천막) 혹은 풀을 뜯는 말 한 마리도 안 보였다. 사진가는 “몽골에도 다큐로 촬영할 소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맨홀에서 사는 어린이들이나 홉스골의 샤먼 등도 있고요. 하지만 전부 촬영하다가 그만두고 제가 원하는 것을 찍었습니다”고 했다. 그가 원한 건 전시된 사진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산과 나무를 이불처럼 덮고 있는 흰 눈, 푸른 하늘과 눈 덮인 언덕, 잔물결처럼 사막의 모래들이 거대한 음악처럼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있다. 긴 액자로 담긴 풍경들은 사진가가 흰 종이 위에 먹으로 그린 수묵화처럼 광선의 대비를 살렸는데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빛을 기다리며 시도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사진가는 “아무도 없이 텅 빈 곳”을 차곡차곡 정성껏 카메라에 담았다.

생각해 보니 기자도 가본 데 중 가장 낯선 곳이 몽골의 사막이었는데 거대한 자연 앞에 말없이 초라해진 기억이 있다. 꾸미지 마라, 다듬지도 말고, 너무 애쓰지도 마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흐린 하늘에 검은 구름도 지나가면 그뿐인 것을. 도재홍의 사진들은 커다란 풍경 안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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