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홍어, 전라도의 힘이여 - 문순태

홍어, 전라도의 힘이여
문순태
비린내 나는 물고기가 아니다
짓밟힌 민초들의 울부짖음이고
애원성 판소리 가락이자
동학 농민군의 죽창이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며
눈물 머금고 핏빛으로 피어난
오월의 무등산 철쭉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를
음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불꽃같은 맛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다
입에 넣고 씹기도 전에
폭발하듯 톡 쏘는 저항과
숨 막히는 최루탄 냄새
홍어를 먹는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자는 것
함께 홍어를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홍어가 되자는 것
오래 삭힐수록 더 날카롭게
되살아나는 전라도 기질
아, 온몸 떨리게 하는
전라도의 힘이여
'징소리', '철쭉제', '타오르는 강' 등 소설가로 유명한 문순태 선생님이 기가 막힌 시집 '홍어'를 내셨다. 바로 전라도의 맛을 대표하는 홍어가 주인공인데, 시집 전체가 홍어를 소재로 다채로운 정서를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홍어가 전라도 비하 표현으로 쓰이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다. 홍어는 전라도의 원형적 상징과 같다. 원형적 상징이란 인류나 민족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보편적인 상징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성과 동일성을 지니고, 모든 인간에게 유사한 의미를 환기시킨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장인어른도 장모님도 마누라도 아들도 홍어를 무척 좋아한다. 전라도 사람 대부분 홍어를 좋아한다. 홍어에는 전라도 민중들의 역사와 희로애락이 있다. 홍어에는 온몸 떨리게 하는 전라도의 힘이 있다. 대학 1학년 때 홍어를 좋아하셨던 선생님께 문학 수업을 받은 추억이 떠오른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