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많은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할 때 감정을 최대한 조절해서 차분하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몇 년 전 호흡부전에 따른 심정지로 응급실에 온 38세 남자가 있었다. 40분간의 심폐소생술 이후 자발순환이 회복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경계 질환이 있던 환자로 거동이 약간 불편했지만 성실한 학창생활을 보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저축하고 여러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평소보다 호흡이 힘들어졌고, 결국 호흡부전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 예후 평가를 위한 여러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심한 저산소 뇌손상으로 뇌간 반사가 모두 소실됐다. 앞으로 의식 회복이 어려운 ‘혼수상태’가 됐다. 뇌사·코마라고 불리는 상태다.
사람의 의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게 된다. 첫 번째는 각성도, 두 번째는 인지다. 각성도는 눈을 뜨고 반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각성이 잘 유지되고 인지가 있어야 괜찮은 의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심정지 이후 저산소 뇌손상이 있는 환자들은 두 가지가 모두 안 되거나 각성은 유지되지만 인지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은 환자 가족들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서 상의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오열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그 남성 환자의 가족들은 차분하게 “평소 환자의 뜻에 따라 의미 없는 연명 치료는 원하지 않고 환자를 위해 존엄하고 가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 환자가 봉사를 열심히 한 만큼 그 마음을 따라 환자가 성실하게 저축한 돈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너무나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가족의 모습에 눈물을 흘린 것은 오히려 의료진이었다. 본인의 몸이 건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밝고 성실하게 생활하며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이 들었던 것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 그날의 진료실이 맑을 수는 없다. 가장 존엄하고 가치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진료실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노력이 필요하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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