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떠도는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공전할 위기 [인천 정가 레이더]

한달수 2025. 6.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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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 반대 등 주장
남동구의회 반대… 국힘 “정치적 의도”
사업 지연땐 지역 여야 책임론 불거져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2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추진 지연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6.20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인천시가 추진하는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기초의회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닥터헬기 계류장 확보는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다. 이를 둘러싼 지역 정치권의 불필요한 소모적 공방이 격화하면서, 필수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손범규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은 지난 20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민주당 소속 남동구의회 의원들이 손 위원장을 ‘허위사실유포’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동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소속 광역·기초의원이 함께 참석했다. 인천시의회 이선옥·임춘원·신동섭·이인교 의원과 남동구의회 김은숙·전용호·정재호 의원 등이다.

손 위원장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인천시민 안전과 생명 보호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민원을 핑계로 시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싸우거나 지체할 사안이 아니다. 정치권은 (반대 주민을)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손범규(왼쪽 3번째)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이 20일 기자회견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사업 추진에 민주당이 동참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5.6.20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이번 사안을 두고 정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지역 정치인을 대거 참여시킨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오히려 갈등은 본격화하고 있다. 필수적인 사업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안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인프라와 관련된 만큼, 정치적 접근보다는 현안 해결이 우선돼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남동구 고잔동 월례근린공원 내 추진 중인 닥터헬기 계류장 위치. 반경 500m 이내에 연수구 지역 아파트 단지 일부가 포함된다. /인천시 제공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공방전이 시작된 건, 지난 13일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가 남동구 집행부가 제출한 닥터헬기 부지 매각 동의안 등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남동구의회 총무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 5명, 국민의힘 소속의원 3명이다. 인천시가 닥터헬기 계류장으로 택한 부지는 남동구 소유다. 월례근린공원 내 3천440㎡ 규모로 여기에 이착륙장과 격납고, 방음벽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는 안건 미상정 이유로 연수구 주민 수용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계류장 예정지는 승기천을 사이에 두고 약 450m 떨어진 곳에 연수구에 속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남동구의회는 이곳 아파트 주민들이 계류장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사업을 진행하는 인천시도 남동구의회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이 남동구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당분간 멈추게 된 상황이다.

닥터헬기 계류장 사업 추진 상황


이후 17일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시민 생명을 볼모로 전용헬기장 설치를 훼방놓고 있다는 취지의 논평이었다. 논평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부지인 월례근린공원은 국회 교통위원장인 맹성규(인천 남동구갑) 의원의, 공원 건너편 연수구 아파트 단지가 속한 지역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의원 지역구다. 논평은 지역구 주민 여론을 고려해 박 의원이 맹 의원한테 안건 상정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을 전했고, 맹 의원이 이를 받아들여 남동구의회 결정에 ‘개입’했다고 했다.

1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청 브리핑실에서 남동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과 관련해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낸 논평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5.6.19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민주당 소속 남동구의회 의원들도 발끈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력 국회의원들이 해당 안건을 반대하고 있다는 가짜정보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유포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거짓 논평을 한 것에 고발 조치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의 이같은 허위사실유포 주장에 대해 손 위원장은 “박찬대 의원실에서 (연수구) 주민들의 민원이 있으니 (안건 상정 보류를) 고려해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맹성규 의원에게 들었다”며 “맹 의원에게 듣지 않았다면 제가 알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방에 만약 이번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사업이 지연된다면 지역 여·야 정치권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를 두고 주민 반대 여론이 제기된다면, 인천시와 남동구, 남동구의회가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대안을 찾아 해결하고 조정하면 될 사안이다. 그러나 ‘정치적 개입’ ‘허위사실유포’ 주장, 지역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의 소모적 정쟁이 이어지면서 하루빨리 추진돼야 할 계류장 설치 사업이 다시 공전할 위기에 놓였다.

2011년 도입 이후 변변한 계류장 하나 없이 십수년을 떠돈 닥터헬기가 이번에도 머물 곳을 찾지 못할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한달수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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