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김시탁의 전원산책] (16) 창원 대산면 애플수박 농장
봄에 심어 여름철 수확하는 수박
붉은 과육·줄무늬가 특징
냉면·빙수에 곁들여 먹으면 일품
씨 여부·색깔 따라 종류 다양
배꼽 크기 작을수록 잘 익은 것
수박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하우스 결대로 지주대 설치 후 재배
노지서 기를 땐 45~60도 경사 적당
창원 대산면 ‘애플수박 농장’ 가면
시식·과일 따기 체험 등 가능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산수유나무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달려가 시간을 달콤하게 굴리다 올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마음이 동하지 않겠는가.
그곳에 가서 조롱조롱 매달린 시퍼런 청춘들의 붉은 속을 시원하게 베어 먹을 수 있다면 진정 행복하지 않겠는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둥근 바구니에 당도 있는 생을 따서 둥글게 둘러앉아 둥근 속을 파먹으며 영혼의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 있다.
아삭아삭하고 달콤하게 숙성된 생을 배양하는 애플 수박 체험농장이 있다. 세상의 과일들은 대부분 둥글지만 밋밋해서 수박은 스스로 제 몸에 줄을 그었다. 그 줄이 선명할수록 생은 달다.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의 한 애플수박 체험농장을 찾은 아이가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의 애플수박 체험농장.
유난히 무더위가 예상되는 올여름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모양이다. 여름철에는 무더위를 피해 피서를 떠나거나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낸다. 직장이나 식당, 집 어딜 가도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냉병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엔 음식을 유의해야 한다. 음식이 잘 상하기도 하지만 덥다고 너무 찬 것들을 섭취하면 탈이 난다. 그렇다면 여름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냉면이나 콩국수 같은 것도 좋지만 단연 수박이 으뜸이다. 수박은 시원하고 달콤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그래서 이번 달 김시탁의 열여섯 번째 전원 산책은 수박을 찾아 나섰다.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의 한애플수박 체험농장.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의 애플수박 체험농장.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의 애플수박 체험농장 입구.
애플수박농장 미니팜 이용설명서.
◇창원시 대산면 애플수박 농장=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에 애플수박 농장이 있다. 대산면에는 수박 농사를 짓는 하우스가 많지만 유독 이 농장을 소개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농장을 개방하는 체험농장이기 때문이다. 대산면 죽동마을에서 농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죽동천을 따라 강둑길로 접어드는 길은 끝없이 산수유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차를 타고 가다 내려 숲길을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차에서 내려 걷다 보니 나무에 산수유 열매가 빼곡하게 달렸다. 다른 한 길은 봉강가술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다. 어느 길을 택하든 운치가 있어 도시를 멀리 떠나 여행길에 접어든 기분이다. 이 농장은 박재윤 허정민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주로 애플수박을 재배 판매하는 농장이다. 농장 방문을 희망하면 사전에 예약을 하고 정해진 날짜에 방문할 수 있다.
농장을 방문하면 애플수박과 미니토마토, 채소류 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수 있다.
농장을 방문하면 애플수박과 미니토마토, 채소류 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수 있다.
◇체험농장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농장을 방문하면 미니팜 이용설명서에 잘 안내되어 있듯이 애플수박과 미니토마토 그리고 채소류 따기 등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해당 과일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양학적 가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특히 토마토 ‘판타스틱 4’란 코스에서는 애플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노랑 대추토마토, 대추토마토 등을 직접 따서 골고루 시식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 아이들을 동반하고 온 가족들은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도 할 수 있으니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매우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특히 주말엔 미리 예약한 사람들로 농장 안이 분주하다. 하우스 안 조롱박같이 주렁주렁 매달린 애플수박 넝쿨 터널은 조심해서 다녀도 머리에 수박이 부딪치지만 마음은 마냥 즐겁다. 그래서 머리를 부딪쳐 가면서도 터널 안을 걷게 된다.
농장을 방문하면 애플수박과 미니토마토, 채소류 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수 있다.
창원시 대산면 갈전리의 한 애플수박 체험농장을 찾은 가족이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장에서 수확한 애플수박을 판매하기도 한다.
◇수박 잘 기르는 법=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애플 수박은 하우스 양쪽에서 심어 터널을 만든다. 수박이 타고 올라가야 하고 수박이 달리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우스 형태대로 타원형 지주대를 설치한다. 노지에서 재배 시에는 주로 삼각형의 경사진 지주대가 좋은데 각도는 45도에서 60도까지가 적당하다. 수박은 배수가 잘되는 모래 양토가 이상적이며 모종을 길러서 이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분 수정 후 40일 정도 경과하면 수확한다.
창원 대산면 갈전리 애플수박 농장 박재윤 대표가 수박 따기 체험에 참석한 가족에게 애플수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잘 익은 수박 고르는 법= 잘 익은 수박을 고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육안으로 봐서 껍질의 줄무늬가 뚜렷할수록 선선하고 잘 익은 수박이다. 거기다가 배꼽의 크기가 작을수록 좋다. 꼭지가 말라 있고 꼬불꼬불한 모양이면 자연 숙성된 경우일 확률이 높다.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우면 소리나 무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박을 두드려 맑으면 잘 익은 수박이다. 같은 크기인데 유독 무거운 수박은 수분이 많고 과육이 꽉 차 있다.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것도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밑바닥 색상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땅바닥에 앉아 있던 부분이 노란색이어야 햇볕을 충분히 받고 잘 익은 수박이다. 흰색이나 녹색이면 덜 익은 수박이다. 수박이 익었는지 수확 전에 확인하기 위해서는 덩굴(꼭지)의 변화를 보면 된다. 수박 줄기에서 과실로 연결된 덩굴이 마르고 갈색으로 변하면 익은 상태이고, 초록색으로 싱싱하면 덜 익은 상태이다.
농장을 방문하면 애플수박과 미니토마토, 채소류 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수 있다.
◇겉과 속이 다른 붉은 것들의 한통속= 수박은 겉과 속이 달라서 겉은 푸르지만 속은 붉다. 겉과 속이 다른 속이 붉은 것들의 한통속은 생각보다 달다. 땡볕과 바람과 눈과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내심 속을 달게 채워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달콤한 것들의 속은 부드럽고 아삭아삭하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잘 소화시킬 수 있다. 수박밭에 가서 물 주다 말고 수박을 본다. 녹색 단추같이 달린 열매. 콩알보다 크고 메추리 알보다 작은 세로줄 선명한 수박들이 달렸다. 누가 그랬던가. 호박도 줄 그으면 수박 된다고. 턱도 없는 소리다. 수박은 열매가 달릴 때부터 줄이 있다. 뼈대 없이 험한 세상 잘 견디며 살라고 탯줄부터 선명하게 긋고 나왔다. 속이 벌겋게 타더라도 쉬 갈라져 보이지 말라고 녹색 보자기 줄 꽁꽁 묶인 채 턱하니 땅을 깔고 앉았다. 수박 넝쿨로 내려앉는 햇살은 달다. 시퍼런 이파리 사이로 퍼질러 앉은 수박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바람도 음침하게 달다. 맛이 달면 마음이 따라 달아서 삶의 당도도 높다. 탄력 있는 삶은 대체로 쓴맛이 아니라 단맛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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