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보건의료복지 정책전문가 “언제나 환자 곁에서 함께할 것…행동으로 정책 증명하겠다”[이사람]

강석봉 기자 2025. 6. 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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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정책을 증명하겠다”

한 청년이 온몸에 번진 건선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환자단체를 만들었다. 질병의 최일선인 보건소와 정책의 용광로인 의회, 그리고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거쳤다. 다시 국민 곁에 서기까지 30년의 시간이 걸렸다. 김성기 보건의료복지 정책전문가(가천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건선협회 대표)의 얘기다.

‘탁상 행정’을 탈피하려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현장과 환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스스로를 ‘보건의료 약자’이자 ‘환자’라고 소개한다. 동시에 질병의 고통을 정책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한 길을 걸어온 ‘현장형 보건인’이자 ‘정책 실천가’이기도 하다.

김성기 보건의료 정책전문가는 “나의 모든 경력과 경험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고 말했다.의사, 약사 등 공급자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을 ‘국민’과 ’환자‘ 중심으로 바로 세우려 한다. 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곁에서 체득한 그의 깊고 단단한 철학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이력이 한 편의 서사 같다. 건선 ‘환자’에서 시작해 환자단체 대표, 보건학 박사, 대학교수, 그리고 경기도의회 최우수 정책지원관까지. 보건의료복지라는 외길을 이토록 치열하게 걷게 된 근본적인 동력은 무엇이었나?
- “모든 것의 시작은 내 몸에 새겨진 ‘아픔’이었다. 지금도 나는 건선 환자다. 젊은 시절,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사회적 편견과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절망감이었다. ‘왜 환자는 항상 약자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절박함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 1998년에 서울대병원 복도에서 마주치던 뜻을 같이하는 환우들과 한국건선협회를 만든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하지만 선한 의지와 목소리만으로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환자의 절규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고, 시스템의 논리로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지속적인 공부와 연구에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 중앙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신체활동 전략 건강증진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가천대에서 ‘노인과 돌봄’을 주제로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사 학위도 취득했다. 질병의 치료를 넘어,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의 건강한 삶 자체를 증진시키는 예방적 건강증진 정책에 깊이 파고든 것은, 그것이 환자 중심 보건의료의 또 다른 핵심 축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환자로서의 절실함에 전문가로서의 논리를 더하는 과정이었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정책,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걸어온 길이었다.”


약 14년간 용인특례시 처인구 보건소에서 근무했다. 지역보건의료 계획부터 풀뿌리 주민 참여 및 주도형 건강증진사업. 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 국가적 감염병 재난의 최일선에 있었다. ‘현장 중심 전문가’라는 정체성은 이때 확립된 것 같다. 현장에서 목도한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었나?
- “정책은 책상 위 보고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삶 속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나는 14년간 보건의료의 최전선인 보건소에서 정책과 현장 사이의 거리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시민 중심 참여형 건강증진사업을 만들기 위한 길고긴 설득과 토론, 그리고 실행 과정의 노력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지역사회 방역의 파수꾼으로 밤을 지새웠다.현장에서 본 가장 큰 문제는 공공의료 시스템의 기반이 생각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 보건소의 역할은 절대적이지만, 인력과 인프라는 늘 한계에 부딪혔다. 이는 곧바로 시민의 건강과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따라서 공공의료 시스템의 양적, 질적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것을 넘어서 감염병 대응과 예방, 만성질환 관리,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등 지역사회 건강 돌봄의 허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튼튼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보건소에서 일할 때 주민을 위한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고 ‘노노케어’ 같은 주민 참여형 사업을 추진했던 것은 치료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예방적 건강증진 정책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중요한 복지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30년 가까운 환자 운동가로서의 삶과 최근의 의료 공백 사태가 맞물리면서 ‘환자 중심성’이라는 화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교수님께서 말하는 ‘환자 중심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 “이번 의료 공백 사태는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의 비극적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부와 의료계라는 거대 담론이 충돌하는 동안에 시스템의 존재 이유인 환자는 철저히 소외되었다. 불안과 피해는 오롯이 환자와 그 가족들의 몫이었다.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를 위한 수많은 과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단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환자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환자의 알 권리, 자기 결정권, 안전할 권리 등을 명문화하여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는 것, 말 그대로 ‘환자를 위한 헌법’이 될 것이다. 이 법적 토대가 있어야만 다른 모든 정책들이 바로 설 수 있다.기본법의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할 엔진으로서 총리실 산하 ‘국가환자권익위원회(가칭)’의 설립을 제안한다. 주요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환자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지난 25년간 많은 보건의료위원회 참석과 4대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질환의 의료보장 강화를 외치고, 환자 중심 보건의료 포럼을 이끌었던 것도 결국 이 길을 열기 위함이었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아픔을 해결할 권한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 첫 단추가 바로 ‘환자기본법’이다.”


경기도의회에서 78명의 정책지원관 중 평가 1등을 하고 ‘1호 모범 최우수 정책지원관’으로 표창까지 받았다. 이상과 열정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정책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실천’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내 활동의 제1원칙이 바로 ‘정책은 실천실행 제대로!’다.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실과 기회재정전문위원실 등에서 일하며, 예산과 조례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면밀히 살필 기회를 가졌다. 78명의 동료 지원관 중에서 1등으로 평가받고 ‘최우수 정책지원관’ 표창을 받은 것은, 내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정책을 실현시키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정책의 실천력을 높이려면 세 가지가 필수적이다. 첫째, 현장과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살아있는 정책이어야 한다.둘째, 갈등을 조정하는 추진력이다. 정책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수반한다.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통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셋째,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이다. 복지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성장을 이끄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의 설계부터 실행, 평가까지 책임지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보건의료복지 전문가로서 앞으로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는가. 그 꿈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 “나는 거창한 담론가가 아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설계 및 실천가’로 기억되고 싶다.환자의 고통을 몸으로 느끼는 당사자로서 보건의료 약자의 목소리를 가장 확실하게 대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득권 중심 정책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책 실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나는 보건학 박사이자, 예방적 건강증진과 환자 중심 정책을 깊이 연구한 학자다. 14년간 공공의료 현장을 지킨 실무가이자, 30년간 약자의 편에 서 온 시민운동가다. 또한 경기도의회에서 실력으로 검증받은 ‘1등 정책지원관’이다. 나의 모든 경험과 경력, 그리고 절실함은 오직 국민의 건강과 권리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쓰일 것이다. 질병이 가난으로 이어지지 않고, 모든 국민이 존엄하게 건강을 누리는 나라, 그것이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다. 환자중심 보건의료와 예방적 건강증진 정책이라는 두 개의 축을 바로 세우는 데 있어 내 삶의 모든 경험이 쓰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큰 보람일 것이다. 환자의 곁에서 국민의 삶 속에서 행동으로 증명하겠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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