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이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의 비결’을 물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과 17일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의 비결을 물었다. 작년 10월 멕시코 200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셰인바움은 지금도 70%대 지지율을 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셰인바움은 “일주일에 3, 4일은 직접 시민을 찾아가 대화하고 야당과의 토론도 이어간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혹시 자신도 시민과 대화하고 야당과 토론하겠다고 다짐하진 않았을까.
● 시민과 대화, 야당과 토론이 지지율 비결?
셰인바움, 그리고 그보다 앞선 전임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좀 길어 외국서도 AMLO로 줄여 쓴다)는 대화와 토론만으로 높은 지지율을 올린 게 아니었다.
멕시코 정치사 최초의 좌파정당으로, 심지어 창당 7년밖에 안 된 신생 정당으로 집권한 국가재생운동(약칭 Morena·모레나)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AMLO는 2018년 12월 취임 이후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7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스페인말로 마냐네라(mañanera), 일찍 일어나는 사람 정도로 해석되는 아침 기자회견이다.

● 유튜버 대통령이 적을 공격하는데 우리편 안 뭉치랴
“이번 주엔 누가 누가 거짓말 했을까요.” 대통령은 언론을 공개 저격하며 ‘대안적 사실’을 제시하곤 했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AMLO가 퇴임 날까지 지지율 60%를 넘나든 데는 국민들과의 이런 소통 덕이 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했다.
‘불통 대통령’의 불행을 숱하게 목도한 우리로선 소통 잘하는 대통령이 부럽긴 하다. 그러나 사실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이라면, 비판적 기자들을 ‘보수주의자’ ‘신자유주의자’로 매도하고 언론에 적대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면(멕시코 정치위험컨설팅업체 EMPRA사의 ‘2023년 최고 위험요인 9가지’) 이런 회견을 본받거나 높은 지지율을 부러워할 일만도 아니다.

● 대통령 지지율 높아도 탈, 낮아도 탈
사법부가 워낙 비효율적이어서 대형사건의 90%가 미해결이고 그래서 판사 직선제가 필요했다지만 믿기 어렵다.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해온 사법부가 괘씸해서고, 조폭-마약 카르텔의 유착과 공작 때문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다. 실제로 AMLO 정권 아래 이들 카르텔의 보호망은 더 커졌다는 게 최근 포린어페어즈지 지적이었다.
1일 치러진 멕시코 법관 선거는 투표율 13%에 불과했다. 결과는 ‘마약왕’ 비호 판사, 여당 성향의 대법원과 선거재판소 탄생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멕시코가 과거 일당통치로 돌아가는 것을 앞당길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조폭-마약 카르텔에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되레 독이 된 꼴이다.

● 법치 무너뜨린 대통령으로 기억될 판
AMLO의 추종자로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셰인바움은 대통령 취임 이후 ‘총알 대신 포용’이란 AMLO의 관용적 치안·마약 정책과 빠르게 결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포린어페어즈지는 평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 유입을 막지 않으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셰인바움은 “우리는 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트럼프에 맞서면서도 “그러나 펜타닐이 미국 젊은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나서 미국으로부터 관세 유예 조치를 받아냈다. 즉, 그는 기자회견만 잘해서가 아니라 적절히 국민감정을 달래면서도 국익과 실리를 챙김으로써 지지율도 올린 것이다.
셰인바움의 높은 지지율 비결이 시민과의 대화와 야당과의 토론이라는 건, 굳이 말하자면 겸손의 표현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에게 자신이 똑똑하고 유능해 지지율이 높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을까 싶은 거다.

● 사이다 같지 않아 성공한 대통령으로
대통령은 지지율에 너무 연연해도, 너무 무관심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지율이 너무 높으면 높아서 엇나갈 수 있고, 너무 낮으면 또 낮아서 엇나갈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16일(한국시각) G7 정상회의로 가는 기내 간담회에서 취임 첫 주 지지율이 58.6%로 조사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저는 언제나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높았다. 마칠 때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답했다. “성남시장 때도 아슬아슬하게 이긴 정도였는데 마칠 때는 시정 만족도가 80% 전후였던 것 같다”고도 했다.

어쩌면 요즘 신중함과 자제력을 보이는 쪽은 오히려 이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거대여당이 충성경쟁에 서두르던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그냥 놔두도록 조정한 이도 이 대통령이라는 후문이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향후 5년 간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긍정평가가 70%였다. 2017년 인수위 없이 시작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87%)보다 낮지만, 그 정도면 됐다. 대통령은 사이다 같지 않은 대통령이어야 좋다. 이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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