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왜 점점 TV가 되어갈까[딥다이브]
혹시 넷플릭스 구독하시나요? 전 세계 구독자 수 3억명을 이미 돌파했건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데요. 요즘엔 집에 TV가 있어도 방송 채널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만 본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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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서?
“TV 방송은 아마 2030년까지만 지속될 겁니다. TV 방송은 말과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은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진 훌륭했죠.”
2014년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했던 말입니다. 왜 2030년인지에 대한 근거는 딱히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금 과장된 미래 예측처럼 보였는데요.

양측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TF1 방송을 보는 사람이 얼마냐에 따라 방송 광고 수익을 나눌 걸로 추정되는데요. TF1 측은 이번 계약으로 자사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청자 수가 크게 늘어날 거고, 그럼 그만큼 더 많은 광고가 붙어서 수익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합니다. 프랑스에서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이미 1200만명이 넘으니까요. “이 거래가 시청률 측면에서 우리에게 분명히 긍정적일 겁니다.”(로돌프 벨머 TF1 CEO)
하지만 궁금합니다. TF1의 실시간 방송이 전부 넷플릭스에 들어간다면, TF1의 본래 채널은 더욱 황폐해지는 건 아닐까요? 만약 자체 채널이 확 쪼그라들고 넷플릭스 의존도가 커진다면, 그래도 여전히 윈윈인 걸까요? 이 거래는 넷플릭스가 방송사를 삼킨 걸까요, 아니면 방송사가 넷플릭스에 깃발을 꽂은 걸까요.
스포츠 생중계를 탐내는 이유
비디오 대여 서비스로 출발해 스트리밍 시대를 연 넷플릭스. 2011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어 업계를 놀라게 했죠. 당시 다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큰 도박”이라고 평가했는데요. 2013년 공개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기대를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고요. 이를 계기로 넷플릭스는 위상이 달라집니다. 이후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다양한 문화권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 확장 전략의 핵심 축이었는데요.

이어진 넷플릭스의 NFL 크리스마스 경기 독점 생중계 역시 최대 동시 시청자 수 2700만명을 찍었죠. 참고로 넷플릭스는 NFL 한 경기당 중계료로 7500만 달러(약 1032억원)를 지불했다는데요. 엄청난 금액이지만 ‘기묘한이야기 시즌4’(총 9부작) 편당 제작비가 3000만 달러(413억원)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놀랍진 않죠. 경기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가 완판됐으니, 넷플릭스가 얻은 광고 수익도 상당했을 거고요.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지난해 WWE 계약 직후 “이것이 우리의 새롭고 성장하는 광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광고 수익이 예상대로 빠르게 증가한다면, 10년 50억 달러라는 중계권료를 메우고도 남을지도 모르긴 하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구독료를 올리려 들지도 모르고요.) 넷플릭스는 이미 2027, 2031년 FIFA 여자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고요. 올해 말 ESPN과 계약이 끝나는 미국의 포뮬러1 중계권 입찰도 검토 중이란 보도도 있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왜?

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케이블TV 방송사 HBO가 지난해 말 세서미 스트리트와의 계약을 종료해 버리지 않았다면 기회는 오지 않았겠죠. HBO는 왜 10년 동안 이어온 계약을 끝냈을까요. 바로 HBO 모회사 워너 브러더스의 심각한 경영난(막대한 부채, 줄어드는 광고 수익) 때문입니다. 교육적이지만 썩 돈이 안 되는 어린이 프로그램부터 버린 거죠.
이로 인해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는 비영리 재단 세서미 워크숍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는데요. 넷플릭스가 이를 구원해 준 셈입니다. 그것도 넷플릭스에 공개한 당일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할 수 있다는 이례적으로 관대한 조건과 함께요. 다만 넷플릭스가 세서미 워크숍에 주는 제작비는 기존 HBO 계약(연간 3000만~3500만 달러)보다는 적다고 하죠.
달리 보면 미국의 TV 방송 산업의 침몰로 인해 가장 먼저 어린이 프로그램이 밖으로 던져지기 시작했고요. 덕분에 넷플릭스는 이를 비교적 싼 값에 주워 담을 수 있게 된 겁니다. TV의 쇠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좋은 콘텐츠와 기업 홍보 효과를 한꺼번에 얻은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로 기록됩니다.
현실이 된 코드 커팅
코드 커팅(cord-cutting).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죠. TV 방송 없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시청자들이 그만큼 늘어난단 뜻인데요.

한국에서도 코드 커팅은 현실화했습니다. 2024년 처음으로 유료 방송(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포함) 가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죠(약 2만6000가구 감소). 인터넷만 연결하면 스마트TV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수 있으니, 굳이 케이블TV 같은 유료 방송에 따로 가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건데요. 아직 유료방송 중에서도 IPTV는 가입자 수가 굳건하지만, 그건 저렴한 결합상품(인터넷+IPTV+휴대폰) 가입이 많기 때문이죠. 비용 부담이 얼마 안 돼 굳이 해지까지 하진 않지만, 실제론 거의 보지 않는 ‘사실상 코드 커팅’이 상당할 겁니다.
역시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리드 헤이스팅스 전망대로 자동차가 말을 대체하곤 있는데, 그 자동차 모양이 어째 말과 닮아간단 점입니다. 넷플릭스가 점점 기존 TV 방송처럼 되어가고 있죠.
유료 구독에서 광고 수익으로 넷플릭스 성장의 중심축이 옮겨간 결과입니다. 광고를 늘리려면 무조건 시청자가 많은 게 중요한데요. ‘힘을 줘서 만든 넷플릭스만의 고급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론 확장엔 한계가 있습니다. 제작비도 많이 들고 자칫 실패할 확률도 있는 데다, 시리즈 하나가 끝나면 구독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다른 데서 볼 수 있더라도 좀 더 대중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일반 방송 콘텐츠’를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죠.

지오핫스타의 기본 구독료는 고작 3개월에 149루피(약 2366원). 한 달 800원꼴이니, 소득이 적은 인도인들도 기꺼이 낼 만한 경쟁력 있는 가격입니다. 게다가 릴라이언스의 이동통신 서비스(지오) 가입자라면 90일 동안 무료로 체험할 수 있고요. 상당히 영리한 마케팅 전략인데요. 지오핫스타 역시 구독료보다는 광고가 중심인 플랫폼입니다.
어찌 보면 지오핫스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TV 라이브 방송의 성격이 절묘하게 혼합된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요. 오리지널 콘텐츠에 돈을 쏟아붓고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고전 중인 전 세계 여러 OTT 플랫폼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지오핫스타는 넷플릭스·유튜브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네요. By.딥다이브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사와도 TF1과 같은 계약을 맺게 될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런 날이 언젠간 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넷플릭스가 프랑스 방송사 TF1과 획기적인 계약을 맺었습니다. TF1의 실시간 방송을 2026년 여름부터 넷플릭스에서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전통적인 TV 방송이 넷플릭스에 통째로 들어오는 첫 사례입니다.
-광고요금제 도입 이후, 넷플릭스는 시청자를 정해진 시간에 끌어모을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타이슨과 폴의 복싱경기 중계를 포함한 스포츠 생중계에 힘을 쏟는 이유입니다.
-기존 방송사는 코드 커팅과 광고 수익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 넷플릭스가 이들의 기존 영역을 흡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넷플릭스는 점점 TV처럼 되어갑니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성공 사례, 한 달에 고작 800원 구독료로 인도를 휩쓴 지오핫스타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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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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