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단체 “일 정부·전범기업, 강제동원·위안부 문제 사과·배상해야”

“일본 패전 80년이 지났는데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아직도 사과와 배상, 중대한 인권 침해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왜 일본의 가해 기업들은 책임지지 않습니까?”
20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제철 본사 앞에서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시작했고, 총력전을 위해 한반도에서 강제동원 계획을 세워 수많은 사람을 전쟁터 등에 보내 가혹한 노동을 강요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배상 책임은 일본 정부 뿐 아니라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전범기업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 피해자가 이제 몇명 밖에 남지 않았는데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과거에 저지른 일을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일본제철 앞에서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주관하고 한·일 시민, 노동단체들이 결합해 ‘한일 협정 60년, 식민주의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시민연대를!’ 집회가 열렸다. 한일 협정 60년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한일 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단은 이날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모였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지금의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건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땀과 눈물, 피와 뼈로 이뤄진 것 아니냐”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에 강제동원 피해 원고들의 채권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책임은 면책되지 않고, 도망갈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진정한 사과는 과거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에 걸맞은 배상과 책임을 통해 앞으로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며 “한·일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얘기하고 있지만 과거 청산없이는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단은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대법원 판결 이행, 사죄 배상,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아버지가 소송한 이유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이다”라고 요구를 이어갔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입장을 담은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두 기업을 직접 방문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담당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는 등의 이유로 직접 접수를 거부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근대화를 상징하는 기업인데 과거 잘못을 묻는 요청서조차 담당자들이 직접 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책임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냐”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단은 한국 쪽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와 일본 쪽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 행동’은 총리 관저를 찾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2021년과 2023년 한국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시민단체가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요청서’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사법부의 (위안부 피해 배상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역사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이행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잘못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면서 역사적 정의가 지연되고, 더 심각한 역사 왜곡이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군이나 관에 의한 강제 연행 자료가 없다'거나 ‘성노예가 아니다’라며 강제성을 부정하는 주장을 즉시 철회하고 책임을 인정해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 사실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법적 배상, 위안부 피해자 규모와 위안소 관련 자료 공개 등 철저한 진실 규명, 성노예제 관련 내용의 일본 교과서 기재와 재발 방지 강화 등 7개 사항을 요구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배상 책임을 거부하면서 오히려 한국에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본군 문제를 해결하라고 일본 총리에 요구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는 역사적 과오를 직시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배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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