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GO! 사표 쓰고 미국 종단] ⑶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장거리 하이킹을 할 때 먹는 식사 메뉴는 종류는 다양하지만 조리법이 무척 단순하다. 우리는 주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동결건조식품, 인스턴트 파스타, 한국 라면, 잼과 빵, 단백질 바 등을 먹는다. 서양인들에게는 불린 오트밀이나 토르티야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 메뉴도 인기가 많다. 우리는 도저히 취향에 맞지 않아 사본 적은 없다. 어떤 맛보다는 무게와 신체 에너지 효율을 위한 선택이 중심이 된다.

그러던 중 지난번 재 보급지 마트에서 한국의 매운 볶음라면을 발견했다. 전 세계에서 유행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규모가 있는 곳에서는 그 매운 볶음라면을 2종류 이상 판매하고 있었고, 운 좋게 챙겨오게 됐다. 동시에 오늘의 야영지를 찾던 남편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여기서 10㎞ 더 가면 자연 온천이 있대! 오늘은 여기서 자자!”
자연 온천? 먹을 물도 구하기 힘든 산속에 온천이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오늘은 잔칫날이 될 것이다. 24㎞에 달하는 하이킹 일과를 마치고 온천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식사 준비에 나선다. 하루 종일 고대하던 시간이다. 볶음면이지만 면 삶은 물을 버릴 수 없으니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모자란 단백질을 추가하고자 참치도 한 팩 털어 넣어준다. 이곳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라 영양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되도록 팩에 담아 판매하는 참치나 스팸, 닭고기 등도 함께 챙기고 있다. 건강해야 종주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어서다.
완성된 라면을 한 입 먹자마자 강한 매운맛에 정수리까지 짜릿해지며 모든 스트레스가 땀과 함께 몸에서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라면을 끓이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짧았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면발이 입으로 들어갔다. ‘이 맛에 고생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의 고생은 이 라면 한 그릇으로 모두 보상받았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온천이다. 이곳의 명칭은 ‘딥 크릭 핫 스프링(Deep Creek Hot Spring)’. 이 온천은 너무나 아늑하고 신기했다. 시원한 물이 콸콸 흐르는 계곡 한구석에서 따뜻한 온천수가 새어 나오는데 이 주변에 돌담을 쌓아 물을 가두고 몸을 담글 수 있게 탕을 만든 형태였다. 그런데, 온천 속 사람들 대부분이 나체 차림이었다. 나도 그래야 하나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어 옷을 다 챙겨 입고 수줍게 들어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이 미국식 문화라고. 온천수는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딱 좋은 온도였다. 온수 목욕은 그동안 호텔에 묵거나 캠핑장에 돈을 내야만 할 수 있었는데, 공짜라고 생각하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식사와 개운한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다음날 있을 40㎞ 하이킹 일정을 향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이틀 뒤 카종 패스(Cajon Pass)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 꼭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카종 패스에는 맥도날드가 있어 모두가 통과의례처럼 이곳에서 식사를 즐긴다. 과연 나는 원하던 생선가스 버거를 먹을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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