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클래스M] 판소리에도 '스타일'이 있다
진행 : 이충훈 전주MBC 아나운서
판소리 유파는 전승 지역과 계보, 판소리 사설과 선율, 발성 성음과 창법, 주요한 미학적 기반을 전승하고, 공유하는 창자 집단 또는 이들 집단의 소리제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판소리는 시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자연스럽게 유파가 형성됐고요.
판소리 유파의 우선 기준은 전승 지역이 되면서 특출한 명창이 사는 지역은 자연스레 판소리 전승의 중요 거점이 됐는데요.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오늘은 ‘판소리에도 스타일이 있다’ 판소리의 유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충훈 아나운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40여 년 소리꾼의 길을 걸어온 시대의 명창, 왕기석 명창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왕기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진행자]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세 번째 시간인데요. 날이 갈수록 인기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어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볼까요?
[왕기석]
오늘은 판소리의 법통, 유파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판소리 유파, 요즘 시대의 단어로 얘기하자면 스타일이라는 뜻 같은데요. 스타일을 만나보기 전에, 먼저 판소리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주시죠?
[왕기석]
판소리는요, ‘판’과 ‘소리’가 결합된 복합 명사입니다. 여기서 ‘판’이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특별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나 상황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면 ‘춤판’, 놀이를 하면 ‘놀이판’, 장기를 두면 ‘유판’이라고 하죠.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하면 그 자리가 바로 ‘소리판’이 되고, 이것이 바로 판소리입니다. 즉,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연, 그것을 판소리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진행자]
판소리는 언제 생겨났습니까? 판소리가 생겨난 이유와 그 시대를 풍미했던 명창은 어떤 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왕기석]
판소리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17세기 무렵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의 판소리는 주로 평민이나 하층민을 대상으로 불려졌습니다. 그러다 18세기, 조선 숙종 말에서 영·정조 시대에 이르러 양반 계층도 판소리를 향유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엔 양반들도 하층민을 대상으로 했던 판소리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그 재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소리꾼을 직접 불러다 감상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판소리에는 변화가 생깁니다. 양반들의 취향에 맞춰 판소리의 표현이 점점 더 유식해지고, 어려운 한문 투의 문장도 들어가게 됩니다. 반대로, 서민적이고 유쾌한 이야기들은 점차 사라지거나 변형되었고, 양반의 기호에 맞춘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죠.
[왕기석]
우리가 18세기를 ‘조선 전기 8명창 시대’라고 얘기를 합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여덟 명창이 바로 완주 용진 구억리 출신으로 현재 그 이름을 딴 도로명도 존재하는 권삼득, 그리고 모흥갑, 염계달, 고수관, 김제철, ‘가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송흥록, 신만엽, 주덕기입니다. 이후 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 ‘후기 8명창’이라 불리는 또 다른 명창들이 등장합니다. 이 시기는 고창 출신 신재효 선생이 판소리 열두 마당을 집대성한 시기이기도 하죠. 이 시기의 대표적인 명창으로는 박유전, 박만순, 이날치, 김세종, 송우룡, 정춘풍, 김창록, 그리고 순창 출신의 장자백이 있습니다. 참고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이날치 밴드’는 바로 이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 판소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 하나 일어납니다. 바로 신재효 선생이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을 발굴하고 무대에 세운 것이죠.
[진행자]
그럼 판소리의 유파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볼 텐데요. 판소리 스타일은 크게 어떻게 나뉩니까?
[왕기석]
크게 동편제, 서편제 그다음에 중고제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이렇게 세 가지로 스타일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판소리 스타일이 성행한 지역으로 나누는 걸까 이것도 굉장히 궁금하기도 하고요. 어떻습니까?
[왕기석]
예전처럼 교통이 불편해 서로 간의 교류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판소리의 유파가 지역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를 지역으로 구분합니다. 섬진강을 기준으로 해서 동쪽, 즉 남원, 구례, 순창, 하동 등지에서 전해진 소리를 동편제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섬진강 서쪽, 즉 순천, 광주, 보성, 나주 등지에서 발전한 소리는 서편제라 불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고제는 금강 유역, 곧 충청도 지역에서 불렸던 판소리를 말합니다.
[진행자]
그럼 판소리 유파 지역에서 탄생한 명창들은 그쪽 지역의 판소리 스타일로 판소리를 하게 되나요? 아무래도 소리를 사사 받은 스승의 영향을 받기도 할 텐데요. 왕기석 명창은 어떻습니까?
[왕기석]
예전에는 동편제 소리를 스승으로 받았으면 그 소리만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동편제와 서편제 소리가 서로 섞여 있죠. 한 명의 스승에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선생님들로부터 사사를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배울 때 어떨 때는 동편제 스승에게, 또 어떨 때는 서편제 스승에게 배울 수 있는 식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특징이 두루 섞여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판소리 다섯 마당, 수궁가, 심청가, 춘향가, 흥보가, 적벽가의 판소리 유파로 나뉜다면, 본래 계보는 어떻게 되나요?
[왕기석]
다섯 마당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유파에 따라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식으로 각각 불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역이 다르니까 소리 스타일도 달랐을 텐데요. 그럼 각각의 판소리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동편제의 시조는 누구인가요?
[왕기석]
가왕 송흥록 선생으로부터 그 동생인 송광록 그리고 송우룡, 송만갑으로 계보가 이어집니다. 이처럼 송 씨 가문은 판소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가문으로 꼽히죠. 그러니까 송흥록의 손자, 송우룡의 아들이 바로 송만갑 명창이에요. 그래서 동편제를 일명 '송제'라고도 했어요.
[진행자]
동편제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왕기석]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동편제는 남성적인 소리입니다. 기교를 많이 부리지 않고, 장단도 길게 늘이지 않으며, 대마디대장단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딱딱 끊어치듯 소리를 내죠. 또 창법은 우조를 기반으로 하는데, 소리를 밖으로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동편제는 전반적으로 우렁차고 시원하게 퍼지는 소리가 특징입니다.
[진행자]
그럼 동편제 소리를 한 대목 들어볼 텐데요. 동편제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판소리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어떤 곡일까요?
[왕기석]
직접 CD를 들고왔습니다. 정말 귀한 음반이에요. 아마 음질은 지금보다는 떨어질지는 몰라도 그때 당시에 활동했던 송만갑 명창의 소리를 여러분 만나보시겠습니다.
[진행자]
그럼 동편제 소리, 송만갑 명창의 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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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송만갑 명창 - 동편제 '단가-진국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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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송만갑 명창의 동편제 소리 만나고 왔습니다. 명창님, 이런 동편제가 주류를 이룬 시대는 언제였습니까?
[왕기석]
후기 8명창 시대입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송우룡, 송만갑, 김정문 등이 있고, 이어서 많은 분들이 익숙할 이름들도 등장하죠. 박록주, 박초월, 박봉술, 그리고 남원의 대표적인 명창 강도근 선생님까지, 이분들을 통해 동편제가 쭉 이어져 내려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영화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서편제를 알아볼 텐데요. 서편제 시조는 누구인가요?
[왕기석]
서편제의 시조는 박유전 명창입니다. 순창 출신이신데, 이분의 호가 강산이라서 서편제를 강산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박유전 명창 이후에는 이날치, 정광수, 한승호,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임방울 명창으로 쭉 계보가 이어져 내려오게 됩니다.
[진행자]
그러면 아까 그 동편제의 특징도 저희가 알아봤는데, 서편제의 특징은 과연 무엇인가요?
[왕기석]
서편제의 특징은 여성적인 소리입니다. 소리가 훨씬 더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계면조를 주로 사용해 한이 서린 듯한 성음을 구사하는 게 바로 서편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서편제 판소리 한 대목 들어볼 텐데요. 서편제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판소리는 어떤 곡으로 들고 오셨어요?
[왕기석]
일제강점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분의 소리를 들으며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달랬다고 전해지는 곡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를 감상해보시죠.
[진행자]
그럼 서편제 소리, 임방울 명창의 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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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임방울 명창 – 서편제 '쑥대머리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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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임방울 명창의 서편제 소리 만나고 왔습니다. 서편제가 주류를 이룬 시대는 언제입니까?
[왕기석]
동편제와 마찬가지로 조선 후기, 즉 영·정조 시대부터 시작해 대원군, 그리고 고종과 순종 시기까지 이어지죠.
[진행자]
판소리 유파, 판소리 스타일을 만나보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중고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중고제는 조금 생소하거든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왕기석]
중고제는 충청 지역에서 주로 불렸던 소리입니다. ‘비동비서’, 즉 동편과 서편에도 속하지 않는 소리라고 하는데, 특징을 꼽자면, 평탄하고 담백한 소리입니다. 충청도 사람들의 성정처럼 차분하고 편안한 음악적 특성을 지니고 있죠. 다만 아쉽게도, 중고제는 동편제나 서편제처럼 꾸준히 전승되지 못했고, 현재는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유파가 되어버렸습니다.
[진행자]
이런 분야들도 잘 이어져서 계승이 되면 또 하나의 우리의 엄청난 문화 자산인 건데, 좀 아쉽네요. 중고제 시조와 유행 시기는 언제인가요?
[왕기석]
중고제 역시 조선 후기에 시작되었습니다. 시조는 김창룡 선생으로 알려져 있고, 그 계보는 이동백, 그리고 공주 출신으로 “제비 몰러 나간다”로 잘 알려진 박동진 선생까지 이어집니다.
[진행자]
그럼 중고제 스타일의 판소리 한 대목 들어볼 텐데요. 어떤 곡을 오늘 준비하셨을까요?
[왕기석]
오랜만에 박동진 명창의 심청가 한 대목 준비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중고제 소리, 박동진 명창의 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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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박동진 명창 – 중고제 '심청가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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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중고제 소리, 박동진 명창의 소리로 만나고 왔습니다. 중고제가 주류를 이룬 시대는 언제인가요?
[왕기석]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모두 조선 후기에 가장 활발하게 성행했습니다. 특히 그 시기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흥선대원군입니다. 대원군은 판소리를 무척 사랑했던 인물로, 전국의 소리꾼들을 불러모아 소리를 듣고는 선물도 주고, 심지어 ‘국창’이라는 칭호나 벼슬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소리꾼이 참봉 같은 벼슬을 받는 일도 있었고, 동리 신재효 선생님은 무려 정3품 통정대부의 벼슬을 하사받기도 했죠.
[진행자]
그럼 현재 주류를 이루는 판소리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왕기석]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은 굳이 동편이냐 서편이냐를 구분하지 않고 동서편을 두루 섭렵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곡들은 그 법통과 전통을 철저히 지켜서 전승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소리꾼들이 동편제와 서편제를 넘나들며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판소리의 스타일과 특징을 알아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제3강 ‘판소리에도 스타일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왕기석 명창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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