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통령실 기자 출입시스템, 바람직한 방향은?

장슬기 기자 2025. 6.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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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직원 명단 비공개' '사실상 대통령실이 직접 기자 징계' '특정매체·특정기자단 차별'
전 정부 오류 바로잡고 합리적 시스템·기준 마련해야…각계 여러 인사 참여하는 국회 모델도 참고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해외순방 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출입기자들과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새 정부의 과제 중 하나는 대통령실 기자 출입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다. 지난 정부 대통령은 '국민 속으로' 가겠다며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에 대통령실을 차렸지만 '입틀막'으로 상징되는 지난 정부의 언론관이 대통령실 취재 환경에도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청와대 조직도와 함께 행정관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옛 청와대)에 누가 일하고 있는지는 그 자체로 공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비공개했다. 이에 뉴스타파와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직원 명단과 세부 조직도(기구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비공개 처분에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끝내 법원 판결까지 거부하며 비공개한 채 정권을 마감했다. 당시 대통령실을 출입했던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통령실 측에선 출입기자들에게 '알아서 취재해보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어 직원들이 기자실에 찾아오지 않는 한 자유롭게 만날 수 없다. 기자들이 소위 '격리'돼 어떤 직원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취재 제약을 키운 것이다.

정례화된 공식 브리핑을 꾸준히 하기보다는 갑자기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실에 와서 오프(비보도)를 전제로 조금 설명해주고 가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가 많아지면 역시 기자들간 정보의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정식 브리핑이 열리더라도 질의응답에서 매체별로 차별한다고 느낀 기자들도 있다. 지난해 11월 실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은 MBC와 JTBC, CBS 등의 질문을 받지 않았는데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 윤석열씨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홍보영상 갈무리

일단 새 정부는 출범 보름 만에 브리핑룸에 카메라를 설치해 질의응답을 생중계하겠다고 했고, 지난 정부에서 부당하게 출입자격을 박탈당한 언론사의 자격을 회복했으며 해외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 배제당했던 MBC나 비풀(Pool)기자단에게도 탑승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남은 과제가 더 많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결정한 기자 징계

통상 정부 부처에선 엠바고(보도 유예)를 파기하거나 기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을 때 출입기자단이 소속 기자를 징계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실이 기자를 징계하는 경우가 있었다.

전국적 이슈가 된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도 일종의 징계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두고 '외교 관련 이슈인데 왜곡보도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해당 보도가 악의적인 왜곡보도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징계 주체가 대통령실이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언론탄압 사례를 기자단 차원에서 막기 어려운 일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처럼 이러한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고민이 깊은 지점은 '비풀단 기자들이 느끼는 차별' 문제다. 대통령실에는 크게 기자단을 3개로 구분할 수 있는데 1기자단은 중앙언론, 2기자단은 지역언론이 소속돼 있고 이 둘은 풀기자단이다. 풀기자단에선 소속사들 중 대표로 당번을 정해 대통령 근접 취재를 해서 그 내용을 공유한다. 3기자단은 비풀기자단(등록기자단)으로 대통령 근접 취재에 제약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비풀단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 있었다. 한 예로 뉴스토마토가 대통령 관저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 이후 고발당했고, 이후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교체를 무기한으로 연장하다가 아예 쫓아낸 사건이 있다. 뉴스토마토는 비풀단 소속인데 비풀단의 경우 명확한 기자단 운영규정이 없어 대체 무슨 규정으로 출입을 배제했는지 알 수가 없다. 출입기자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면 소명 과정을 거쳐 명확한 기준에 따라 출입기자단에서 출입 정지 내지 퇴출을 결정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어렵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선 비풀단에 해당하는 '상주기자단(현 등록기자단)'의 운영규정이 있었다. 해당 규정에서 가입과 제명 등에 대한 조건, 의무와 권리에 대해 정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자들이 이를 전달했지만 당시 대통령실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우리는 다르다'는 자세로 나왔다고 한다. 비풀단 소속 한 기자는 “지난 정부 때는 사실상 비풀단을 없애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실에 '비풀단 운영 규정'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새 정부 대통령실에선 출입기자들 의견을 수렴해 비풀단 소속 기자들에 대한 운영규정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풀단과 비풀단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도 누적된 과제다. 풀단 소속 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신규매체를 받는 대신 풀단을 원하고 여력이 되는 매체들이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대통령 일정과 행사를 취재하자는 주장이다. 사진과 영상 취재 역시 사진풀단과 영상풀단이 독점하는데 이는 3기자실(비풀단) 입장에서는 차별이다. 당장 풀단에 비풀단사 일부를 받는 조치가 어렵다면 사진과 영상을 비풀단에도 공유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 지난 11일 대통령실 기자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식사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청와대 이전하면서 장벽 생길까 우려도

이에 더해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춘추관은 과거 기자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에 설계됐기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보다 기자실 규모가 협소하다. 기자실 자리를 비롯해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2기자단(지역기자단)이나 비풀단에서는 혹시 자리가 줄어들거나 여러 취재 제약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선 같은 풀단 안에 있더라도 지역기자단은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참석하지 못하고 지역 행사에만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굳어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1기자단에서 전체 출입기자단 총간사를 뽑는데 선출과정에서 비풀단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문제, 풀단 안에서도 인력과 취재범위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2기자단, 내신에 비해 외신 기자들이 소외 받지 않도록 하는 등 고질적인 문제도 이번 기회에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라서 현재는 대통령실과 기자들 사이의 관계가 좋은 편이지만 어떤 사건이 벌어지거나 향후 어떤 성향의 대통령이 오느냐에 따라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언제든 얼어붙을 수 있다. 대통령실과 기자들이 적대적 관계로 가지 않고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기자들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는 선에서 선진국의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와 함께 국회의 취재시스템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국회처럼 내외부 각계 인사 참여한 위원회 도입

국회는 현재 국회 언론환경개선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언론 관련 학회들과 기자협회와 같은 언론직능단체, 언론계 시민단체, 국회 공무원과 국회 파견판사(법사위 자문위원), 신문·방송·인터넷 각 국회출입기자 대표 등 14명이 참여해서 국회 취재환경 전반, 출입기자들의 권리와 의무 등 다양한 사안을 다룬다. 출입과 퇴출 등을 논의하는 국회 출입관리심의회 역시 국회 내외부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 국회 출입기자실과 기자회견장 등이 있는 국회소통관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지난해 미디어오늘은 정치부 기자들이 단톡방에서 여성 의원과 동료 기자들을 상대로 성희롱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후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이들에 대한 제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청했고 국회 언론환경개선자문위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내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별도의 테이블을 만들지 않는 한 매일 쏟아지는 이슈에 대해 취재하기도 벅찬 출입기자들이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을 만나서 취재 환경에 대해 얘기하긴 쉽지 않다.

또한 지난해 7월 뉴스타파가 국회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취재 폭력'을 주장하며 국회 측에 징계를 요청했다. 국회 언론환경개선자문위에서 일부 위원들이 뉴스타파에 대한 징계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징계가 내려지긴 했지만 대통령실에서 MBC나 뉴스토마토를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에 비하면 내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좀 더 취재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대통령실에도 홍소소통수석실에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각계 인사를 위원으로 참여해 출입과 퇴출, 징계와 풀취재 등 규정을 논의하고 회의 안건과 회의록을 공개하면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1인미디어 출입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홍보소통수석실은 '2025년 현재, 언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받은 셈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영상을 만들면서 기자를 뽑아 활동하는 매체가 많아지고 있고, 소규모로 운영하느라 대통령실의 출석 의무를 채우기 어렵지만 열심히 취재하는 매체도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처럼 비밀리에 특정 매체들만 신규로 출입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실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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