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소굴 홍콩 '청킹맨션'에서 자본주의 대안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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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청킹맨션(重慶大廈)은 1994년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홍콩의 명소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청킹맨션은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마약 제조와 거래, 성매매, 불법 도박이 성행해 '마굴'로 불리는 낡은 상가다.
신용 없는 금융 거래가 가능한 이유로 저자는 청킹맨션의 '겸사겸사' 시스템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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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사야카,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홍콩의 청킹맨션(重慶大廈)은 1994년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홍콩의 명소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청킹맨션은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마약 제조와 거래, 성매매, 불법 도박이 성행해 '마굴'로 불리는 낡은 상가다. 일본 문화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의 책 '청킹맨션 보스는 알고 있다'는 청킹맨션 내부에서 작동하는 삶의 방식을 파헤친다. 저자가 직접 거주하면서 파악한 청킹맨션은 놀랍게도 '분배 경제의 유토피아'였다.
범죄가 들끓는 청킹맨션 주민들의 불문율은 "세상의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매매와 대출 등 금융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했다. 신용 없는 금융 거래가 가능한 이유로 저자는 청킹맨션의 '겸사겸사' 시스템을 꼽는다. 저마다 사정이 다른 주민들은 서로를 겸사겸사 돕는다. 타인을 깊이 신뢰하거나 알지 못해도 적당히, 느슨하게 서로를 도와준다. 주민들은 낯선 이를 재워주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자금을 융통해주기도 한다. 배신당해도 상대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정이 오히려 부조리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서로 도울 수 있는 청킹맨션의 시스템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꼽히는 분배 경제의 가능성을 엿본다. 자본주의의 부조리가 점점 심해지는 시대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모델을 청킹맨션을 통해 상상해보자고 권유한다.
책은 일본 논픽션계 최고 권위 상인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과 가와이 하야오 학예상을 동시 수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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