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법원 한편에 웬 명상실? 판사도 재판에 지칩니다
6평 남짓한 방에 명상 도구 갖춰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종합법원청사 동관 7층에 있는 ‘바로미건강센터’에서 명상실 현판식이 열렸다. 6평 남짓한 공간에 방석과 싱잉볼(명상 도구) 등을 갖춘 이곳 명칭은 ‘까야 수카(Kāya Sukha·행복한 몸)’. 내과 전문의 염혜정 센터장은 “살면서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로 법원이 꼽히지 않냐”며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 중에서도 심신이 지친 사람이 적잖은 것 같다”고 했다.
정신 건강에 이상 신호를 느낀다고 호소하는 판사가 늘고 있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에 서울종합법원청사 건강센터가 최근 명상실을 만들었다. 서울고법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판사 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생겨 휴정기(休廷期) 때마다 7박 8일씩 명상 프로그램에 다녀오곤 했는데 법원에 명상실이 생겨 반가운 마음”이라고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형사부 판사들이 더 많이 호소한다고 한다. 특히 성폭력 사건 전담 재판부 판사들은 범죄 관련 영상이나 기록을 보는 게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성폭력 사건은 주로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피고인들이 범죄 사실을 부인해 심리가 길어질 때가 많고 사건 내용도 끔찍해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법관에 대한 외부 공격이 늘어난 것도 판사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법원행정처가 작년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정 사건 재판을 하면서 외부 압력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법관은 47.1%였다. 이 가운데 61.1%가 ‘실제로 재판에 부담을 느꼈다’라고 했고, 97.1%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굵직한 정치인 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특정 정치인 지지자들에게 신상이 노출돼 공격받는 게 일상”이라며 “배석 판사들에게 너무 마음 쓰지 말라는 얘기를 수시로 한다”고 했다. 정치인 관련 주요 재판이 있는 날 정치 성향 유튜버들이 휴대폰으로 출퇴근하는 법원 관계자 얼굴을 찍는 바람에 일부 법관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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