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안 너무 복잡…형사절차, 국민이 알기 쉽게 단순해야"

2025. 6. 2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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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말하면 너무 비장해 보일지 모르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법률가로서 검찰개혁은 내 인생의 목표였다. 12년간 검사로 근무하다가 한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기고하고 쫓겨나다시피 검찰을 나온 이래 10년 이상 검찰개혁에 관하여 수많은 글을 쓰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토론회나 방송에서 발언을 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속해있던 검찰이 선진적인 조직이 되고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도 4년간 줄곧 법제사법위에 있으면서 관련 법안을 냈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권력의 눈치만 보는 대한민국 검찰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싶었다. 외국으로 출장을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곳의 법무부나 검찰에 들러서 자료를 챙겼고 최고위직부터 현장에서 뛰는 평검사까지 가리지 않고 만났다. 그 당시는 민주당이 공수처 설립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을 가졌기 때문에 공수처와 조금이라도 유사한 점이 있는 기관은 모두 찾아갔다. 영국과 뉴질랜드의 중대사기범죄수사청(Serious Fraud Office)을 찾아 관계자와 토론도 했다.

선진국선 검찰개혁 이슈조차 안 돼
11일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을 설명하는 민주당 의원들. [뉴스1]
그런데 선진국의 법무·검찰기관을 찾을 때마다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질문을 받곤 했다. “지금 한국에서 검찰개혁이 화두인데 자료를 얻고 싶다”고 말하면 그쪽의 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국에 범죄가 심각한가요? 저희가 듣던 얘기와 전혀 다르네요”라고 말한다. “범죄 대응은 잘하는데 정치에 개입하고 편향성을 가져서 문제”라고 답하면 눈을 더 크게 뜨고 “아니, 검찰이 정치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범죄에 잘 대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이런 문답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다 보니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정작 검찰이 무슨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그 본질을 잊은 것 아닐까. 범죄에 대한 대응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기관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선진국에서 검찰개혁 문제가 아예 이슈조차 되지 않는 것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최근 몇 년간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을 통해 가열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당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2020년 21대 총선 이후로는 우호 세력을 포함하면 180석에 달하는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당 시절 패스트트랙을 이용해서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켰고 대선에서 패배해서 야당이 된 이후에도 위장 탈당을 불사하며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염원하던 법안을 마음껏 통과시킨 셈이다. 그런데, 그러면 대한민국 검찰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법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하는 원래의 역할을 더 잘하게 되었을까.

지난해 7월 민주당의 검찰개혁안 규탄성명을 발표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뉴스1]
민주당조차 그렇게 보는 것 같지 않다. 앞서 본 많은 법안을 통해서 우리 형사소송 절차의 모습을 완전히 바꾼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았음에도 다시 근본적으로 체계를 뒤흔들 법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대로라면 내년에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검찰이라는 조직이 이 땅에 생긴 지 76년 만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검찰이 없는 국가가 된다. 자, 이러면 문제가 해결될까. 지금까지의 경과를 놓고 볼 때 긍정적인 답을 하기 어렵다. 소위 개혁법안을 계속 통과시켰음에도 우리 형사절차는 더 나아지기는커녕 더 비효율적이고 더 부정의한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상황이 역전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우리 형사절차는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현재 검찰은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특정한 종류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그 외의 범죄 수사는 경찰의 소관이다. 한편 고위공직자가 저지른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을 가진다. 각각의 수사기관은 권한의 범위 내에 있는 범죄를 수사하다가 인지하게 된 다른 범죄의 수사도 할 수 있다.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권한도 있다. 글로 써도 복잡한데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공수처법을 넘어 대통령령, 그리고 법령에 기재된 별표까지 찾아봐야만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에 대해 어떤 기관이 수사 권한을 가지는지 간신히 확인이 가능하다. 관련 사건이라서 수사권이 있다는 주장에 이르면 전문가들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그 많은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대하기 짝이 없는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을 때 검찰·경찰·공수처 사이에 수사권을 놓고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빚어진 사실은 우리 형사소송 제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웅변한다. 법률가들에게도 아직 이름이 생소한 ‘국수본(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내년에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까지 생기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국수위(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를 만드는 법안을 발의해서 수사기관들 사이의 충돌을 조정한다고 하지만, 국수위의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판정되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수사한 내용은 모두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형벌에 관한 제도는 모든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 누구든지 일정한 행위를 하면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와 재판을 거쳐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이 명확해야만 법치주의가 확립된다. 이것이 형사 절차의 대원칙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다.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검찰개혁’은 그 복잡함만으로도 이 기준에 미달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른 원인은 그간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 몇 가지 중대한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첫째는 다수의 수사-기소 기관을 만들어 놓으면 서로 경쟁적으로 국민에게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극히 순진한 생각이다.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식의 주장이 여기 해당한다. 권력기관은 자유경쟁 체제에 맞지 않는다. 서로 영역 다툼을 벌이고 충성 경쟁을 한다. 검찰과 비슷한 기관을 또 만들면 문제가 두 배로 커질 뿐이다.

두 번째는 수사-기소권 분리와 수사지휘권의 혼동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경찰은 충분한 인력과 조직을 보유하고 직접 범죄와 맞선다. 검찰은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경찰의 수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통제하면서 공소권을 행사한다. 법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해서 경찰이 위법한 수사를 할 때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되 인력과 조직을 최소한으로 유지함으로써 아무 때나 직접 수사에 뛰어들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검찰과 경찰, 어느 기관이나 독자적으로 사건 처리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어 상호 협력하고 견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수사·기소 완전 단절, 충실한 수사 어려워져
그런데 우리의 논의는 이런 원리를 무시하고 검찰에 단순히 기소에 관한 권한만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이렇게 단절되면 범죄에 대한 충실한 수사를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아무도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고 사건 처리는 한없이 늘어지는 현상이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다. 선량한 피해자의 구제는 한없이 지연되고 ‘수완 좋은’ 가해자의 처벌은 요원해졌다. 일각에선 ‘처벌받지 않은 특정 계층’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한 남용 소지를 없애고 범죄에 대응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만드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나는 검찰의 특수수사, 직접수사 조직과 인력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와 같은 조직은 선진국 중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일하게 일본 검찰에만 특수부가 있는데, 우리보다 인구가 2.5배에 달하는 일본 전체에서 도쿄지검·오사카지검·나고야지검 세 곳에만 특수부가 있고 그나마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서울중앙지검에만도 특수수사 부서가 여러 개가 있다. 이런 부분을 잘라내고 선진국과 같이 검찰을 경찰수사 통제, 공소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해결책을 두고 어째서 검찰과 유사한 기관을 계속 더 만들면서 우리 형사 절차의 근간을 흔들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금태섭 변호사, 전 국회의원. 서울법대, 사법시험 34회 출신.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12년간 검사로 일했다. 20대 국회의원 시절 ‘조국 사태’‘검수완박’ 국면에서 소속한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다 공천을 받지 못했다. 『확신의 함정』 『디케의 눈』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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