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이에 앞서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5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시상식에선 뉴욕의 모던 한식당 ‘정식’의 임정식 셰프가 ‘최고의 셰프’상을 받았다. ‘정식’은 ‘미쉐린 가이드 2025’ 뉴욕편에서 미국 내 한식 레스토랑 최초로 최고점인 3스타를 받은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은 미국을 통틀어도 14곳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 ‘아토믹스’는 ‘최고의 환대(Outstanding Hospitality)’상을 수상했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장: 더 솔 오브 코리안 쿠킹(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으로 ‘제임스 비어드 재단 도서상’을 수상했다. 우리 발효음식의 자랑인 된장·고추장·간장의 철학과 가치를 알리고 레시피를 정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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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미식 행사 수상한 한식당 늘어
맛·서비스 모두 중요, 관련 교육 절실
」
권위 있는 국제 미식 행사에서 한식당과 한국 셰프들이 연이어 수상하면서 K푸드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한식업계에선 공들여 쌓은 금자탑이 사상누각이 될까, 한식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을 활발히 개진 중이다. 전통한식의 뿌리를 잃지 않고 젊은 세대의 변화된 입맛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오래된 미래의 맛’을 찾는 데도 한목소리다.
모두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국제 미식 시상식의 수상(식당)자 선정 기준은 뛰어난 맛과 또 오고 싶게 만드는 서비스의 종합이다. ‘아토믹스’의 박정은 대표가 “아토믹스는 뉴욕에서 하는 한국 문화 공연의 집합체”라고 말하는 이유다. 남편인 박정현 셰프가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연구할 때, 박정은 대표는 홀에서 고객을 환대하기 위해 메뉴판 설명서, 인테리어, 그릇, 종업원의 유니폼과 서비스 지침까지 모든 것을 고민한다. 지난 4월 기자와 인터뷰했을 때 박 대표는 “이제 제대로 된 식당을 경영하려면 미각뿐 아니라 오감으로 할 수 있는 경험 집합체로서의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 외식업계의 서비스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당의 무뚝뚝한 젊은 직원이 가져다준 물컵에선 고약한 물비린내가 났다.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는 작은 종지 밖으로 튀어나와 덜렁거렸고 그중 한 가닥은 식탁에 닿았다. 주먹밥을 감싼 김 역시 찢어져 나풀거리길래 매니저에게 항의했더니 “주먹밥의 김은 원래 칼로 가늘게 썰기 때문에 찢어지길 잘 한다”는 이상한 변명만 들었다. 특급 호텔 라운지 커피숍 직원도 머그잔 손잡이를 어느 쪽으로 둘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방송에 출연했던 유명 셰프의 식당에선 계산 후 나올 때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말을 듣지 못했다.
기자가 고작 1만~2만원대 밥을 먹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급 서비스를 원하는 걸까. 그런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만 갈까. 전국 욕쟁이 할머니들의 노포가 맛집으로 소문난 이유는 동네 사람들의 인지상정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혼자 동동거리는 할머니 사정을 아니까 “메뉴판은 없어, 주는 대로 처먹어” 욕을 해도 웃고, 지저분해도 노포는 적당히 그래야 멋이라며 이해하고. 외지인이 처음 가는 식당이 아무리 맛있더라도 더럽고 불친절하다면 이곳에 또 올 이유는 없다.
배를 계속 앞으로 움직이려면 쉼 없이 노를 저어야 한다. 이때 노의 개수는 여러 개고, 그 균형이 맞아야 제 방향대로 나갈 수 있다. 전통한식을 잇기 위한 한식 조리교육도 필요하지만, K푸드의 품격 있는 환대문화를 위한 서비스 교육도 절실히 필요하다.
서정민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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