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대공 조사권 시행령이라도 확정을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이 대공 업무 분야에서 확실하게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서라도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작년부터 경찰에 대공 수사권을 이관했고, 정보 수집 차원의 조사권만 갖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마저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이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가 이런 발언을 한 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일선 현장의 어려움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조사권을 행사하는 현장 조사관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간첩 관련 업무 특성상 은밀하게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에 규정된 것 외엔 명확한 현장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법은 현장 조사, 문서 열람, 시료 채취, 자료 제출 요구, 진술 요청 등을 조사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법엔 이를 구체화한 시행령이 없고, 조사권을 어떻게 쓰는지는 현장 판단에 따른다고 한다. 국정원 조사 요원들이 자신이 하는 조사가 탈법 아닌지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작년 1월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긴 뒤 간첩 체포 소식은 거의 사라졌다. 1년 6개월 동안 경찰이 잡은 간첩은 2명이었다. 그사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 등은 대놓고 간첩 행위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엔 중국군 정보 조직에 한미 연합 훈련 관련 기밀을 넘긴 혐의로 현역 병사가 방첩사에 잡혀 기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의 조사권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간첩에 무방비가 된다.
조사권 관련 시행령이 생겨도 한계는 분명하다. 조사권은 강제성이 없다. 간첩 의심 인물이 있더라도 조사를 위해 ‘자진 출두’를 요청해야 한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국정원의 수사권을 박탈한 데 이어 조사권마저 없애려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그런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종석 원장 후보자의 언급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공 수사를 맡고 있는 일선 경찰들은 아직도 주변에 “어떻게 대공 수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토로를 한다고 한다. 그 수사 공백을 국정원이 조사를 통해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은 경찰이 구축하지 못한 대공 정보망과 노하우로 간첩 혐의자를 조사하고 있다. 대공 조사권을 시행령에 구체화하겠다는 이 후보자의 발언이 하루 빨리 실행돼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회복도 검토하기 바란다. 이제 이를 악용할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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