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확률 추산해 월급 더 준다, 스턴트맨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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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환의 세상만사 경제학] 통계적 생명의 가치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 지도 어느덧 4년이 넘었다. 이 정책으로 도시부 지역 차량 제한속도가 일반도로는 시속 60㎞에서 50㎞로, 이면도로는 시속 40㎞에서 30㎞로 낮아졌다. 이후에 몇몇 도로의 제한속도가 다시 60㎞로 높아진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내에서는 50㎞’가 대다수의 운전자에게 습관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영화 ‘스턴트맨’의한 장면. [사진 유니버설픽쳐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8/joongangsunday/20250818154642723awaw.jpg)
이런 관점에서 안전속도 5030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을 마음속으로 잠깐 해 본다면, 우선 비용이 제법 들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도로표지판이나 차로에 페인트로 써 놓은 제한속도 같은 것들을 전국의 모든 도시부 도로에서 다 바꿔야 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의 경우 새로 설치하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특히 차량의 평균속도가 낮아지면서 늘어나는 시간 비용이나 운송비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영동대로나 테헤란로 같은 큰 길이 오랜만에 좀 한산할 때 운전을 해 보면 시속 50㎞라는 제한이 좀 답답할 때도 있지 않나. 특히 상품을 한 개라도 더 배달하고 싶은 택배기사들이나 배달음식 라이더들은 속이 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이 정책을 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짐작이 된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꽤 복잡하다. 그래도 이런 비용들은 일단 마음먹고 시작해 보면 비교적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서 가격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화폐단위로 나와 있는 숫자들을 근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전속도 5030 정책의 편익은 무엇일까? 당연히, 시민의 안전이다. 차량 속도가 낮아지면 교통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지고, 혹여 사고가 나더라도 중상이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낮아진다. 실제로 이 정책 시행 후 100일간의 자료를 분석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안전속도 5030 적용 대상 지역 내에서 2020년 대비 2021년에 교통사고 사망자는 12.6%, 보행자 사망자는 1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가 7.8% 감소했고 보행자 사망자가 11.7% 감소했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제한속도를 낮춘 곳에서 도로환경이 좀 더 안전하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면 이제 의문이 든다. 이 정도로 효과가 있다면 제한속도를 더 낮춰야 하지 않을까? 2020년보다 상당히 줄었다고는 하지만 2021년 정책 시행 후 100일간 안전속도 5030 적용 지역 내에서 사망한 보행자는 139명이었다. 100일 동안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는데, 시속 50㎞가 아니라 40㎞나 30㎞로 더 낮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이제 경제학자는 고민에 빠진다. 속도를 더 낮추면 분명히 효율성도 낮아지고 비용이 더 발생할 텐데, 이보다 더 큰 편익이 나오는지 판단해 보려고 하니 편익이 화폐단위로 계산이 안 된다. 결국 사람의 ‘목숨값’을 알아야 답을 할 수 있는 문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사람의 생명과 ‘가격’이라는 말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를 극도로 싫어한다. 사람 목숨은 값을 따질 수 없는 것, 무한한 가치를 가진 존엄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물론 당연히 맞는 말이고, 필자를 포함한 경제학자들도 이 입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인간의 생명에 어느 정도 정해진 수준의 가치를, 즉 무한하지는 않은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을 먼저 떠올려 보자. 정말로 사람 목숨의 값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절대로 탈 수 없다. 그런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사망에 이를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0보다는 크고, 0보다 큰 어떤 확률에 무한대를 곱하면 무한대가 된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 아무리 큰 편익이 발생하더라도 사망 가능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기대치가 무한대라는 얘기다. 이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2021년 도심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8/joongangsunday/20250818154644157nyex.jpg)
통계적으로 생명의 가치를 계산하는 또 다른 방식은 지불의사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사망확률이 좀 더 높은 어떤 과업(task)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얼마를 지불하면 그 사람이 그 일을 받아들이겠느냐 하고 따져보는 방식이다. 사람들 중에는 남들보다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층빌딩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영화 촬영할 때 위험한 장면을 대신 연기하는 스턴트맨처럼. 이런 사람들이 받는 급여를, 비슷한 수준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비슷한 작업을 하는데 위험도만 상대적으로 낮은 일을 하는 사람이 받는 급여와 비교하면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구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좀 더 안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 프리미엄만큼의 돈을 지불했다고 (즉 급여를 덜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지불의사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의 사망확률이 얼마나 더 높은지, 그리고 그에 따르는 프리미엄이 얼마인지를 알면 생명의 가치를 추산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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