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장기경영 돕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윈윈' 보완책 필요

2025. 6.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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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로 본 상법개정안
‘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를 목표로 삼은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여당이 다시 입법에 나선 상법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해 추경 편성과 함께 소액주주 권익 보호 목적의 상법개정안 입법에 전념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상법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기업 경영활동 저해를 우려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4월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때 부결로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소액주주의 기대와 재계의 우려 속에, 주주·기업 동반이익 극대화를 도모한 해외 제도를 참고해 보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코스피 5000으로 가는 데 필요한 상법개정안을 민생 법안 중 최우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8일엔 “토론과 협의 없이 (상법개정안을) 일방 통과시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최근 다시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한층 강력한 소액주주 보호책으로 무장했다. 상장사의 사외 인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의결권 주식의 최대 3%로 제한한 이른바 ‘3% 룰’이 대표적이다.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제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당초 재계는 이 규정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약화,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당하기 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 바 있다.

한국 상장사 배당성향 26%, 중국보다 낮아
독립이사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소액주주 권익을 위한 내용이다. 독립이사제는 기업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특별이사회를 꾸리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그만큼 소액주주 목소리를 반영한 사외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소액주주 권한 확대를 위한 것이다. 기존 상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이 감사위원회를 3명 이상 이사로 구성하고, 그중 1명은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이 분리 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외에도 집중투표제(이사 선임 때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1주식의 주주에게 부여)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입법하면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소액주주는 환영하고 있다. 지금껏 국내 증시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두드러졌던 핵심 배경으로 기업 총수 등 대주주에게 과도하게 권한을 몰아주는 기존 상법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상장사 대주주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주가를 끌어올려 소액주주 등 투자자와 동반 성장하려는 노력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낮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요국의 2014~23년 10년 평균 상장사 배당성향이 영국 129.4%, 대만 55.0%, 미국 42.4%, 일본 36.0%인데 반해 한국은 26.0%에 그쳤다. 이는 정부 입김이 세서 선진시장보다 불안정한 증시라고 평가되는 중국(31.3%)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국 상장사가 소액주주에게 직관적으로 투자에 따른 이익을 제공하는 수단인 배당에 그만큼 소극적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국내 상장사는 대표적 주가 부양 수단인 자사주 소각에도 소극적이다. 현행법상 배당소득세율이 높기 때문에 대주주가 배당을 꺼리고,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에 대주주가 합리적인 주가 부양을 등한시하는데도 소액주주가 이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던 이유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상법개정안을 통해 소액주주는 여기에 대한 목소리를 좀 더 높일 수 있고, 기업은 과거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공동논평에서 “그간 국내 기업을 옥죄어 온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전횡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재계는 기업이 경영 자율성을 침해받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며 계속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헤지펀드 등의 공격 때) 소송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입법 취지상 상법개정안에 순기능이 적지 않지만,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소액주주 보호와 함께 기업 경영 활동 위축 등 부작용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보완책 추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허용하는 ‘포이즌 필(Poison Pill)’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국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이즌 필은 헤지펀드 같은 기업사냥꾼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다량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주는 제도다. 국내엔 그간 논의가 많았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아, 차제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에도 소극적
그래픽=남미가 기자
선진국은 또 기업 경영진이 외부의 어떤 입김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거액을 투자하는 등의 장기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법의 표준으로 인식되는 델라웨어주법은 기업의 이사가 장기 투자를 결정할 때, 헤지펀드나 소액주주가 좀 더 중시하는 단기적 성과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경영 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강조하고 판례로도 이어졌다. 이사의 의사결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사후적으로 경영 실패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일본판 기업 지배구조 원칙에 따라 기업 이사회의 장기 성장 전략을 권고, 주주가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한다. 영국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법안을 통해 기업이 주주뿐 아니라 직원·지역사회 이익도 고려해 경영하도록 한다. 프랑스는 상장사가 5년 이상의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주주가 기업을 신뢰하고 투자하도록 이끈다. 독일은 기업의 이사회를 일상적 경영 활동을 하는 ‘경영 이사회’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감독 이사회’로 이원화한 구조로 기업의 장기 성장과 투자자의 신뢰 확보를 도모한다.

즉, 이들 선진국은 주주 권익 보호에 힘쓰는 한편, 그로 인해 기업에도 지나친 제약이 따르지는 않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국내 증시 투자자가 모두 장기적 관점의 가치투자를 하는 게 아니기에 단타를 노리는 주주 집단은 단기 이익을 중시, 기업의 장기 투자 등 장기적 관점의 경영에 다른 목소리를 낼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교수는 “주주가 ‘기업의 장기적 경영 성공이 곧 투자 성과로 이어진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주주와 기업의 동반이익 달성에 중점을 둔 (상법개정안)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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