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506〉
나민애 문학평론가 2025. 6. 20. 23: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렸을 때 '가훈'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한테 여쭤봤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하셨다.
복작복작 함께 사는 날이 한때라는 사실을 안다.
한때니까 결국 언젠가는 과거를 후회하리라.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
그 남자 죽은 지 몇 년 됐는데도
구두를 현관에 그대로 두고 있다
뒷굽이 한쪽으로 닳은 낡은 구두
더러 광나게 약칠도 하며
(중략)
구두
아침이면
밖을 향해 놓았다가
저녁이면 지금 막 돌아온 듯이
집 안을 향해 돌려놓는 것은
그 여자 마음이지
살아 있는 추억이야
죽은 그 남자 아침이면 출근했다가
저녁이면 퇴근해 그 여자 집으로 돌아온다네
구두가 돌아온다네
―윤재철(1953∼ )
어렸을 때 ‘가훈’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한테 여쭤봤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갔다. ‘후회하지 않는다.’ 한 가족이 지킬 가훈은 아니었어도 지금까지 나를 살린 말은 되어 주었다.
그 남자 죽은 지 몇 년 됐는데도
구두를 현관에 그대로 두고 있다
뒷굽이 한쪽으로 닳은 낡은 구두
더러 광나게 약칠도 하며
(중략)
구두
아침이면
밖을 향해 놓았다가
저녁이면 지금 막 돌아온 듯이
집 안을 향해 돌려놓는 것은
그 여자 마음이지
살아 있는 추억이야
죽은 그 남자 아침이면 출근했다가
저녁이면 퇴근해 그 여자 집으로 돌아온다네
구두가 돌아온다네
―윤재철(1953∼ )
어렸을 때 ‘가훈’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한테 여쭤봤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갔다. ‘후회하지 않는다.’ 한 가족이 지킬 가훈은 아니었어도 지금까지 나를 살린 말은 되어 주었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했고 성공보다 사랑을 선택했다. 내 일보다 가족이 먼저였고 10분이라도 더 일찍 귀가하려고 애썼다. 현관에 가족들 신발이 조르륵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복작복작 함께 사는 날이 한때라는 사실을 안다. 한때니까 결국 언젠가는 과거를 후회하리라.
쪼그리고 앉아 내일 가족들이 신을 신발을 정리하는 밤이면 윤재철 시인의 이 시가 생각난다. 낡은 신발마저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마음은 이 시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100년 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고, 돈을 싸들고 저승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무엇을 얼마나 후회하는가의 싸움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남의 신발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후회를 줄여주리라. 우리가 할 최선은 덜 후회하는 것뿐이다. 세상의 마지막 날에 나는 과연 무엇을 후회할 것인가.
나민애 문학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주 4.5일제 도입-포괄임금제 금지’ 로드맵 나왔다
- 3000 뚫은 코스피, 추가 상승 열쇠는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
- 김민석 “경조사-출판기념회 5∼6억 수입”…野 “신고 왜 안했나”
- 검찰·방통위·해수부…국정위 보고 줄줄이 퇴짜 맞았다
- 여야 법사-예결위장 쟁탈전…추경안 처리 늦어질 수도
- ‘이재명 시계’ 판매?…대통령실 “온라인 허위정보 기승”
- 채상병 특검, VIP 격노설-사건 은폐 등 8개 의혹 수사한다
- 내일까지 최대 180㎜ 폭우…중대본 비상 1단계 가동
- 강풍에 컨테이너 떨어져…인천대교 한때 극심한 정체
- ‘강남역 의대생 교제살인’ 유족 “사체훼손 명백” 추가 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