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노동이야기⑪] 인문학 특강 - 영화 '운명을 결정할 시간 10분'에 담긴 취업준비생의 현실

김진이 아나운서 2025. 6.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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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운명을 결정할 시간 10분 포스터]

■방송: 경인방송 라디오<언제나 좋은날 채리입니다> FM90.7(25년 6월 20일 14:00-16:00) 

■진행: 채리 DJ 

■출연: 김진이 아나운서, 김헌식 문화평론가 

◇채리 : 매주 금요일 4부는 노동자를 위한 고급 정보를 들어보는 시간이죠? 이번 주는 인문학 특강과 함께 합니다. 코너지기 김진이 아나운서, 김헌식 문화평론가 나와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안녕하세요. 

■김진이 : <경기도가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는 매주 퀴즈가 있습니다. 선물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방송이 나가는 동안 #9070으로 정답을 보내주시면 다섯 분께 고급 커피 쿠폰 드립니다.

◇채리 : 알찬 정보에다 커피 쿠폰까지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놓치지 마세요. 퀴즈 타임 바로 들어가 볼까요? 

■김진이 : 퀴즈 나갑니다. 

[Quiz. 우린 매일 '이것'을 하고 있죠. 취준생들은 '이것'을 하고 싶어 할테고요, 격무에 시달리면 '이것'이 달갑지 않겠죠. 사전적으로 '일터로 근무하러 나가거나 나옴'이란 뜻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1. 출근 2. 출국 3. 출전] 

방송이 나가는 동안 #9070으로 정답을 보내주시면 다섯 분께 커피 쿠폰을 드립니다. 오늘은 출근하는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하면서 볼만한 영화  '운명을 결정할 시간 10분'을 소개하려고요. 간략한 소개부터 해주시죠. 평론가님. 

◯김헌식 : 여기 방송국에 와 있는데요. 오늘은 방송국과 연관이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방송국 피디를 꿈꾸다가 잠시 다른 직장에 인턴으로 다니는 내용인데요.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여러 에피소드가 와닿더라고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다가 잘되지 않으니, 안정적인 직장 그것도 정규직을 두고 고민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진이 : 청춘이란 단어는 싱그러운데요. 왠지 이 영화 안에서 청춘이란 단어는 보듬고 싶은 존재겠죠? 대략적인 이야기도 전해 주세요.

◯김헌식 : 방송사 PD 시험을 본 '호찬(백종환)'은 결과를 기다리며 지방 이전할 공공기관 '한국콘텐츠센터'의 6개월 인턴사원으로 입사합니다. 정사원 못지않게 허드렛일은 물론 야근에 부서 주말 등산까지 동행해요. 그렇게 성실함을 인정받습니다. 후덕한 부장님, 친근한 지부장님 다른 사원들도 친절하고 사람들이 좋아요.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호찬은 서서히 물듭니다. 자연스레 자신의 꿈인 방송사 PD와도 멀어지게 됩니다. 어느 날 때마침, 한 직원이 지방에서 살지 못하겠다면서 퇴사를 해요. 호찬이 인수인계를 받죠. 갑작스러운 TO로 정규직 직원채용공고가 나자, 부장과 노조 지부장의 부추김에 호찬도 응시합니다. 사무실 직원들은 이미 호찬의 채용을 당연시하고, 호찬 역시 그동안 정리해둔 PD 시험 준비 자료까지 여자친구에게 넘겨주면서 안정된 직장으로의 입성을 고대하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빽으로 엉뚱한 여직원이 입사합니다. 노조 지부장은 노조 차원에서 문제 삼겠다며 인수인계를 말리는데요. 다른 직원들도 낙하산인 신입사원에게 비협조적일 것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두 분은 어찌 생각하세요?

◇채리 : 글쎄요. 처음엔 그러다가 하루 이틀 일하다 보면 서로 적응하지 않을까요? 마음 같아선 호찬의 편을 들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아요.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고 여겨도, 누군가가 대체할 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거든요. 

■김진이 : 저도 호찬의 편을 들고 싶지만, 타성과 분위기에 젖어서 그저 그대로 지냈을 듯해요. 또, 신입사원이 일을 잘한다면, 호찬의 입지가 줄어들었겠죠. 

◯김헌식 : 씁쓸하지만, 두 분 의견이 맞아요. 신입사원의 놀라운 친화력으로 모두 잘 지내게 됩니다. 호찬은 한낱 인턴의 한계를 느끼죠. 심지어, 신입사원이 본인이 프레젠테이션을 망쳐놓고, 호찬에게 뒤집어씌워요. 이 사건 때문에 부서 분위기가 안좋아지는데요. 그런데 말이죠. 갑자기 신입사원이 퇴사를 하고, 부장은 호찬에게 정규직 제안을 하게 됩니다. 단, 10분 안에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 제목이 '운명을 결정할 시간 10분'인 겁니다. 

■김진이 : 영화 부제도 인상적이더라고요. '출근이 인생의 목표인 당신에게 바친다.' 왠지 모를 비범함과 웅장함이 느껴졌어요. 처연해지기도 했고요. 

◇채리 : 이 시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죠. 일의 목표가 돈벌이 이상의 자아실현과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요. 단순히 '출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단 느낌이 들어서 슬퍼요. 

■김진이 : 부제를 보고 든 평론가님의 의견도 궁금해져요. 

◯김헌식 : 사실 두 분과 비슷한 마음이겠죠. 기성 세대로서 젊은 세대를 안쓰럽 게 보는 어른의 마음이랄까요. 사실 호찬이 이렇게 인턴을 하는 이유는 가정 형편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인 동생과 명퇴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 보험 판매를 하는 어머니를 두고 편하게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장남이 가지는 막중한 책임 때문에 인턴 생활을 하게 되는데요. 집안 사정을 따지면 자신의 꿈만을 키울 수만 없는 거죠. 영화 속 호찬의 이미지는 우리의 20대 중후반의 모습을 잘 담고 있고, 제 사회 초년생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내내 몰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진이 : 처한 환경이 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20대 초반 우리의 모습이죠. 2014년 작인 이 영화는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기도 했어요.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을 수상했고요, '홍콩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외 세계 각국의 평단에서 극찬이 쏟아졌는데요. 그 이유가 있겠죠? 평론가 님? 

◯김헌식 : 그럼요. '운명을 결정할 시간 - 10분'은 이용승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 졸업작품입니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오멸 감독의 '지슬'에 이어 두 번째로 장편영화 경쟁부문 대상인 황금수레바퀴상을 받았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싫어했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 삶에 들어가 보니 그렇게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장면 중, 비 오는 거리에서 술에 취해서 소리를 지르는 호찬의 모습이 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 세상에 사는 것부터가 부조리 덩어리를 견디는 게 아닐까? 여기에 익숙해져도 되는가?' 정답이 없죠. 각각 고민해 볼 문젭니다. 

■김진이 : 저 이 영화 보면서 너무 슬퍼지면 어쩌죠? 깨알과도 같은 웃음 포인트가 있을까요?

◯김헌식 : 공감으로 재미를 찾으면 어떨까요? 디테일이 좋은 영화거든요. 20대 중후반의 첫 직장을 갖는 우리의 모습이 스크린에 그대로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인턴인데도 주말 산행을 같이 가자는 부장님 제안에 약속이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장남으로서 가지는 중압감을 고스란히 느끼는 분들이 많을 거라 여겨요. 저는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어요. 일식집에서 회가 되기 직전에 광어가 팔닥거리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모습을 비유하지 않았을까요? 

■김진이 : 이 영화를 계속해서 주목하는 건 조직 내의 불합리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우리를 지켜준다지만, 여전히 힘든 현실 속에 있는 노동자들이 많죠. 채용 문제도 그렇고, 업무 환경 문제도 그렇고요. 얼마 전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해고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나아진다지만, 현실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헌식 : 그래서 '운명을 결정할 시간 – 10분'과 같은 영화가 값진 겁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죠. 영화 <카트>와 웹툰 <송곳>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2007년 '홈에버 투쟁'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당시 회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 해고했습니다. 수많은 홈에버 노동자가 계산대를 점거한 채 철회를 외쳤고, 경찰에 끌려갔어요. 홈에버 투쟁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510일 만에 비정규직 노동자 2천 명이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매듭지어졌죠. 투쟁에 참여했던 237명의 '송곳'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만 다하면, 무늬만 정규직화가 아니라 '진짜 정규직화'가 '민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라고 여전히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진이 : 요즘 들어서는 TV나 신문으로 뉴스를 접하는 게 아니라서 현실을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듯해요. 일부러 안보는 게 아니라 못보는 거죠. 이 맥락에서 이 시대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영화가 등장한다면, 작고 크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이바지할 수 있겠죠. DJ님도 라디오 진행자로서 여러 생각이 스치는 듯한데요?

◇채리 : 우연히 보게 된 문장 한 줄이나 장면 하나가 심금을 울리게도 하고, 생각의 전환도 만들어 주죠. 삶의 환경이나 우리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위로받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어떤 것을 실천할 수도 있으리라 믿어요. 

■김진이 : 친절한 태도가 필요한 때예요.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마주하는 환경에서 나의 역할을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저도 '운명을 결정할 시간 10분'을 봐야겠어요. 정답은 없다지만, 오답은 있을 거라 느껴져요. 그리고, 20대 청년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덜 받길 소망해요. 끝으로 영화 한 줄 평 해주시죠. 

◯김헌식 : '20대 후반에 가지는 사회생활에서의 갈등을 깔끔하게 잘 담은 영화'입니다.  사실 저 결말을 아직 얘기 안했어요. 이 영화는 안 본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요. 10분의 시간이 지난 후 과연 호찬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직접 확인하시죠. 

■김진이 : 6월 20일 <경기도가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는 인문학 특강으로 꾸려봤습니다. 더불어, 영화 '운명을 결정할 시간 10분'을 만나봤어요. 이 캠페인은 경기도와 함께합니다. 

◇채리 : [사전적으로 '일터로 근무하러 나가거나 나옴'이란 뜻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1번 출근입니다. 

* 위 원고 내용은 실제 방송인터뷰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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