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직장 내 괴롭힘 조사보고서의 공정성 -사내조사 vs 외부조사
2023년, 지방 소재의 유명 기업 A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었다. 회사 인사팀은 자체 조사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판단하고 종결했지만, 피해 근로자는 곧장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고, 사용자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가해자를 인사조치 했다. 그러나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고인은 산업재해를 신청한 데 이어, 가해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하였다. 비록 회사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소송은 없었지만, 해당 사건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면서 회사 역시 기업 이미지와 평판 측면에서 간접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누가 조사했는가'는 더 이상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조사 주체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그 자체로 신뢰도, 법적 정당성, 사후 분쟁의 확산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내조사 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노동청에 재차 진정하거나, 이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기업 내부의 사내조사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사팀이나 부서장이 조사자가 될 경우, 이해관계 충돌 또는 조직 내 위계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위축되거나 진술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조사자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인해, 신고인이 조사결과에 수긍하지 못하고 노동청에 재차 진정을 제기함으로써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처럼 잘못된 사내조사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외부 전문가에 의한 조사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분쟁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 공인노무사 등 제3자가 조사 주체가 되어 사건을 조사하면, 진술 분석의 정밀도는 물론, 관련 법령과의 정합성을 확보한 조사결과물이 도출된다. 이러한 조사보고서는 향후 징계·해고 등 인사조치의 근거는 물론 나아가 노동청 조사나 민형사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효력을 가진다.
특히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사노무를 자문하고 있는 기존 노무법인(노무사)보다는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의 노무법인(노무사)을 조사 주체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자문 노무사는 기업과 장기적인 자문계약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조사 과정에서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곧 조사결과와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외부 전문가를 조사 주체로 선정하면 조사절차의 객관성과 결과의 정당성을 보다 명확히 확보할 수 있으며, 향후 분쟁 대응이나 대외적 설명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단지 구성원 간 단순한 갈등 내지 업무 진행 중 발생한 오해 등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괴롭힘 사건은 산재 신청, 손해배상 청구, 형사고소 등 복합적인 법적 분쟁으로 빈번하게 확장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음'이라는 사내 조사보고서는 결코 회사의 면책 근거가 되지 않는다.
조사 주체의 선택은 분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조사자가 신고인 또는 피신고인(행위자)과 인사평가, 승진, 조직 운영상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라면 외부조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가 빈번하거나 과거에 유사한 사안으로 노동청 조사나 소송을 경험한 기업이라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를 맡기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의 시작은 신뢰받는 조사절차에서 출발한다. 조사 결과가 신고인이 수용하기 어렵고, 제3자의 시각에서도 객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면, 이는 오히려 기업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조사나 비전문가에 의해 진행된 형식적 조사는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과 사실 확인 능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에 의한 실질적인 조사 방식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대기업 등 일부를 제외하면, 다수의 기업은 인사팀 내 노무사 등 전문 인력이나 독립된 전담 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아, 객관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외부조사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은 결정해야 한다. 익숙한 내부 절차에 의존해 불신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중립성과 전문성에 기반해 분쟁을 예방할 것인지. 정답은 분명하다. 공정한 조사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얼마나 신뢰받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다. (글 / 김경락 공인노무사 · 대상노무법인 대표)
중기&창업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유명 배우, 방송서 사라진 이유…"사고로 마비, 시력 잃은 눈에 백태" - 머니투데이
- 강남, '나혼산' 지하철 친구 결혼에…명품 반지 '통 큰 선물' - 머니투데이
- "아침마다 '이것' 꼭"…'88세' 예지원 母, 깜짝 놀랄 동안 비결은 - 머니투데이
- 구준엽, ♥서희원 묘지 근처로 이사?…"아파트 보러 왔다" 목격담 - 머니투데이
- 고우림 "♥김연아가 먼저 연락…누나라 부르면 싫어해" - 머니투데이
- "마스크 벗으세요" 김건희에 말한 이유도 '이것'...'영상' 형사재판 제한적 - 머니투데이
- '워터밤 핫걸' 카리나·키오프 뒤잇는다…서인영 "전신마취 지방흡입" - 머니투데이
- 태풍이 와도 펄펄 끓어도 '무조건 출근'…직장인 44% "근무조정 못해" - 머니투데이
- "메모리·파운드리 다 되네"…삼성, 브로드컴 300조 잭팟? "이제 시작" - 머니투데이
- 尹 '허위발언' 1심 D-1…국힘, '100만원 이상' 확정시 397억 뱉어야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