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생태계 정부 지원, 실효성 위해선 폭넓은 스타트업 정의 필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을 보다 유연하고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형남공학관에서 '스타트업 리디파인(재정립)'을 주제로 열린 한국기업가정신 미래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정의에 대한 현실과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안을 공유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벤처창업학회, 대한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스타트업 성장 모델의 다양화와 경로에 대한 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강신형 충남대학교 교수는 창업가가 반드시 경영을 해야 한다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이 창업가의 전문성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외부에서 돈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지분이 줄면서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아직 국내에서는 여전히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창업자가 의결권과 영향력을 확보하고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경영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결국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유지하느냐이다"고 강조했다.
허공회 숭실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트렌드 고찰 - 한국 스타트업의 방향성'을 주제로 지배구조의 변화에 따라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인수한 한국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우리 기준으로는 스타트업이 아닌게 되지만,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지 기준으로 여전히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됐을 때 스타트업인지 아닌지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 주도로 스타트업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인수 후에는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주희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 : 포용적 정의와 새로운 지원 패러다임'을 주제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하고, 스타트업 재정의 논의가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정책 지원을 위해 '창업 후 3년 이내', '업력 7년 미만' 등 정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분류한다. 이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혁신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는게 아니라 정부 기존을 맞추는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투자 생태계도 변화하고 있고, 따라서 포용점 관점의 스타트업 정의가 필요하다"며 "스타트업을 조직, 비즈니스 모델, 속성 등을 고려해 다층적으로 바라보고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가 진행한 토론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스타트업 정의와 관련한 생각을 공유했다.
이정협 비더시드 대표는 "지금부터 창업할거야라고 마음먹고 시작한 학생까지도 스타트업으로 보는 등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스타트업을 정의하려고 한다"며 "창업 활성화를 위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보다 폭넓게 보는게 좋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GS건설 CVC 대표는 "대한민국 벤처캐피탈은 많은 돈이 정부에서 나오다 보니 스타트업이 정부 기준에 허용되냐 안되냐가 중요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 창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대상이 되기 때문에 좀 더 폭넓게 보려한다"고 말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정량적이고 제한된 스타트업 정의로 인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 대표는 "번개장터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판다는 핵심 사업 외에도 여전히 스타트업 DNA를 가지고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스타트업은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고 기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업체이면서, 혁신의 과정에서 많은 자본이 들어가게 돼 필연적으로 주식회사 형태를 띄게 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장시장과 혁신 성장 시장이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상장시장에서는 주주 배당 등이 중요해 기업의 성장 등은 주요 관심사가 아닌만큼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선준 챕터투 대표는 "우리나라는 왜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가 하니 정부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정부가 성과를 챙기려 하는게 가장 큰 문제이고, 창업 생태계가 제 역할을 못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 현재 상황에 맞는 벤처시스템, 혁신 에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우리는 뭘할지 그것부터 먼저 정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은기 기업경영연구원 박사는 "창업자와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며 "조직은 계속 혁신이 일어나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되야 하고, 창업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조직을 만든 사람은 맞지만 다른 일을 하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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