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부산에 빼앗겼다’ 하계포럼의 성지 제주 몰락
KMA 최고경영자 세미나 첫 부산 이동

5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 경제계 최대 규모의 양대 포럼과 하계세미나 개최지가 제주에서 부산과 경주로 줄줄이 넘어갔다.
20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하계포럼 개최지를 제주에서 경주로 옮긴 데 이어 KMA(한국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세미나가 제주를 떠나 부산에서 처음 열린다.
대한상의 하계포럼은 국내 최고경영자(CEO) 포럼의 원조로 불리는 행사다. 1974년 7월 강릉에서 제1회 최고경영자대학으로 출발해 해마다 규모를 키워왔다.
강릉과 경주를 오가며 행사를 열었던 대한상의는 1989년에 중문관광단지가 조성된 제주로 개최 장소를 옮겼다. 이후 40년 가까이 중문단지 일원에서 포럼을 열어왔다.
2008년에는 제주 개최의 상징성을 고려해 하계포럼 명칭을 '대한상의 제주포럼'으로 변경했다. 이후 관광업계는 물론 지역상권도 경제적 파급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600여명이 참여하는 올해 행사를 제주가 아닌 경주에서 치르기로 했다. 이에 행사 명칭도 17년만에 제주포럼이 아닌 '하계포럼'으로 변경했다.
대한상의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장소를 변경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제주로 다시 복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옛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시작된 KMA(한국능률협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 개최 장소도 올해 처음 제주에서 부산으로 바뀌었다.
전경련은 1971년 제주에서 제1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열었다. 1990년대는 당시 하얏트리젠시호텔과 신라호텔이 들어선 중문관광단지 일대에서 행사를 이어왔다.
1995년에는 부총리와 장관, 구자경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2002년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참석하기도 했다.
KMA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는 경제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사업비만 30억원에 이른다. 부산은 지역 정제계 인사들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행사 유치에 나섰다.
부산시는 2002년 아시안게임 이후 소유권을 넘겨받은 아시아드CC 골프장을 행사기간 제공하고 연회장 레시피 제공, 행사장 부스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골프장 섭외 등 주최측이 요구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며 "행사가 끝나면 지역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행사 유치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이탈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표준협회와 전경련 해체 후 2023년 재설립 된 한국경영인협회는 예정대로 올 여름 제주에서 하계포럼을 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하계포럼은 수십 년간 제주에서 열렸고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를 다른 지역에 빼앗긴 것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