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파워로 불황 뚫고 도약…불막열삼의 똑똑한 경영 [똑똑한 장사]
[똑똑한 장사-45]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앞, 한동안 비어 있던 상가에 새로 문을 연 고깃집이 있다. 40평이 채 되지 않는 매장에서 하루 300만~400만 원대 매출을 올리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례적인 흥행의 주인공은 불막열삼 부산 거제아시아드점이다.
이 매장이 있는 입지는 번화가도 아니고 아파트만 빼곡한 지역 한복판이다. 주변에 상가도 많지 않다. 그런 곳에서 요즘 같은 불황에 이렇게 높은 매출을 올리는 비결은 뭘까.
그런 불막열삼이 올해 새롭게 바뀐 모델을 선보였다.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메뉴도 조정했다. 리뉴얼한 첫 매장이 불막열삼 부산 거제아시아드점이다.

그리고 이를 잘 구현한 브랜드들은 힙한 브랜드로 부상하며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게 유망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나 슈퍼말차 같은 브랜드들이다.
성공하는 힙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서울이나 주요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한 상권에서 SNS 마케팅과 입소문으로 고객을 불러 모은다. 또 다양한 이슈와 화제를 일으키며 고객들의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 참여를 통해 성장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계형 창업 아이템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힙한 개인 브랜드 못지 않게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 세계관으로 고객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불막열삼이 이번에 리뉴얼한 매장은 부산의 해운대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전리단길도 아니고, 평범한 아파트 단지 상권에서, 흔한 마케팅조차 없이 디자인 리뉴얼과 약간의 메뉴 조정만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물건을 팔려면 품질은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팔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이란 디자인과 브랜드의 의미, 고객 입장에서 본 브랜드의 철학이다.
불막열삼 디자인 리뉴얼의 핵심은 ‘한국적인 절제미와 시각적 균형’이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닌 ‘의식주 문화’와 ‘브랜드 감성’을 연결하는 철학적 전략이다. 낮에는 단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밤에는 적절한 조명과 파사드 구성으로 고급스러운 외식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감성 디자인’ 이론의 적용 사례로, 감성공학자 돈 노먼(Don Norman)이 말한 “디자인은 단지 예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라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이밖에 한국의 색을 모티브로 한 붉은 황토톤, 은은한 간접조명과 만월(滿月)을 형상화한 조명 포인트 등은 공간에 머무는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대의 고깃집이지만 ‘고급 한식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감성을 전달한다. 여기에 한옥의 주춧돌을 형상화한 대리석 기둥과 창살 문양 조명은 ‘한국적인 절제미’와 ‘조화’를 상징함과 동시에, 골목상권에서도 품격을 유지하는 전략적 연출로 기능한다. 이는 패션 브랜드 자라의 매장이 저렴하지만 고급스럽다는 인식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고급스러운 브랜딩 덕분에 진열된 옷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

불막열삼의 디자인 리뉴얼은 단지 외형만이 아닌 운영 시스템과 메뉴 경험까지 아우르고 있다. 메뉴 구성에서는 대표 상품인 ‘막창삼겹’을 중심으로 다양한 특수부위와 전골, 사이드 메뉴를 골고루 제공하여 가족 단위, 회식, 모임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막창은 숙성할수록 맛있고, 고기는 신선할수록 맛있다’는 슬로건 아래 숙성이 아닌 신선육 본질의 맛을 강조하며, 국내산 삼겹살과 목살, 항정살, 한우만을 사용하는 원칙을 알린다.
불막열삼 거제아시아드점에서는 막창 한 접시 500g이 3만8900원인데, 한우 소고기 한 접시 500g은 6만2900원, 시그니처 생막창 100g은 6900원이다. 리뉴얼을 하면서 판매 방식과 품목에도 트렌드를 반영해 변화를 가미했다.

이후 막창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사장 제안을 받아 가맹사업을 시작했지만, 본사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가맹점과 함께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이 위기 앞에서 오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물류를 공급하며 남은 가맹점들을 끝까지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불막열삼의 전신이자 핵심 모체인 명우식품이 탄생했다. 자체 생산, 가공, 물류까지 가능하게 된 명우식품은 불막열삼의 품질 기반이 되었다. 제조공장이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는 성장의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올해 단행한 불막열삼 리뉴얼은 브랜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것이었다. 기능적 공간을 넘어서 고객이 머무르고 싶은 감성 공간, 한 끼 식사가 아닌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전략이었다. 리뉴얼한 매장은 기존 매장 대비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회식 수요와 가족 단위 손님 증가로 객단가가 상승했다. 높은 매출은 브랜드의 공간 전략이 소비자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고객의 감각적 경험이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 이론에 부합하는 사례다.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일본 도쿄 골목에 첫 진출한 매장은 한국식 막창의 매력을 알리며 단기간 내에 2호점까지 늘어났고, 현재 베트남과 싱가포르, 중국 등과의 계약도 진행 중이다. 이는 ‘로컬의 정체성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단지 해외에 매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공간 경험까지 그대로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조직 역량이 약하면 지속가능한 경영은 힘들다. 불막열삼의 강점은 조직 역량이다. 회사는 조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본사 직원도 매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며 고객과 점주의 마음을 이해하는 훈련을 받고, 그 과정을 통해 ‘현장 중심의 실력 있는 슈퍼바이저’로 성장시킨다. 불막열삼을 지탱하는 핵심 직원들 대부분이 이런 ‘현장형 전문가’로 10년 이상 함께하고 있다.

오래된 브랜드라면 장수 브랜드라는 만족에만 머물지 말고, 브랜드 리바이탈 전략에 관심을 갖고 외형을 넘어 고객의 감성과 행동을 유도하는 복합적인 전략을 고민해보는 것이 똑똑한 경영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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