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환경평가 조사범위 확대···시민단체 “졸속 절차” 반발

제주시, 조류 추적 장치·생태 조사 확대 결정···비상도민회의 “형식적 협의회” 비판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사 범위를 기존보다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조류 충돌 가능성과 해양·대기 환경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민사회단체는 “공론화 제안조차 거부한 채 형식적인 절차로 강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열고, 동식물상 조사 범위를 기존 사업지구 경계 300m에서 반경 2㎞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류 위치추적 장치는 기존 4종 50대 미만에서 다양한 종으로 확대하고, 장치 수도 5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양 생태계 조사 지점은 기존 3곳에서 6곳으로 확대되며, 대기질 조사 범위 역시 다른 공항 사례를 참고해 반경 2㎞ 이상으로 넓히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인구와 주거 항목은 기존의 일반항목에서 중점항목으로 격상돼 보다 정밀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협의회에는 주민대표 2명과 전문가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은 대수산봉과 철새도래지, 동굴, 숨골 등 주요 생태·지질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협의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제주도는 이번 협의 결과를 오는 23일까지 승인기관에 통보하고 환경영향평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번 협의회를 두고 “실질적인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협의회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며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사업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도민 공론조사 제안조차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비상도민회의에 따르면 협의회 중 한 위원이 도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숙의형 공론조사’를 제안했으나 국토부와 제주도는 이를 거부했다. 공론조사 여부를 갈등조정협의회에서 논의하자는 중재안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갈등 해결의 노력 없이 형식만 갖춘 절차 강행”이라며 “향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건설 강행을 막기 위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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