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다르시 드라우트-베하레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한국 연구위원 | “이재명 대통령, 자체 레드라인 만들어야 미·중 균형 외교 가능”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균형 외교’를 실현하려면, 미국과 중국 등 두 강대국 사이에서 흔들리기보다 스스로 설정한 레드라인을 바탕으로 외교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야 한다.”
한국 정치·외교 전문가인 다르시 드라우트-베하레스(Darcie Draudt-Véjares)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한국 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균형 외교 실현 전략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만,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도 함께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한미 무역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협상 의제에 포함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과도한 양보를 강요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라우트-베하레스 연구위원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에 머물며 정치·외교를 중심으로 한반도 이슈를 연구해 온 인물이다. 미국 외교가에서도 손꼽히는 지한파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을 고려할 때 어떤 외교 전략이 필요한가.
“새 정부는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면서도 경제와 지역 안보 이슈에서는 중국과 선택적으로 협력하는 정교하고 유연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예컨대 공급망 회복력과 녹색 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내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 특정 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외교적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
새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지속 가능한 균형을 이루려면, 외교·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자율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파트너국과 협력을 확대해 외교적 선택이 한국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균형 외교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를 오가는 절충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설정한 분명한 기준선, 즉 레드라인을 기반으로 할 때만 가능하다. 동시에 두 강대국 모두에 한국이 중간에서 복잡한 전략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산업·통상·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늘리고, 이를 제도화해 나가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만,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도 함께 강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 같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 틀 안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던데, 미국 외교가에선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미국 워싱턴의 안보 커뮤니티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인도·태평양 안정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 내 일부가 이른바 ‘단일 전장 집중 전략’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세 나라 공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만약 한국 새 정부 우선순위에서 한·미·일 협력이 뒤로 밀린다면, 미국은 합동 군사훈련 참여를 보류하거나 방산 기술 공유를 배제함으로써 제재나 처벌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이나 국방비 인상 요구는 한미 동맹의 주요 변수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아시아 동맹국에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새 정부는 한미 동맹 억지력과 연합 대비 태세를 강화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미국에 방위 투자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특히 차세대 방위 시스템에 대한 조기 투자, 국방 연구개발(R&D) 확대, 방위비 분담 증액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면, 트럼프 정부의 기대 일부를 충족시키고 한국의 지역 억지 태세도 강화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와 관련한 논의를 통상 협상, 특히 관세 문제와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과도한 양보를 강요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새 정부에 필요한 대북 전략은.
“이재명 정부는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동맹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정교한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이 접근법은 지속적인 억제력과 함께 도발 방지 및 상호 양보 균형을 위한 경제·인도적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미 관계도 중요한 변수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한번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나.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 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1기(2017~2020년) 정부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은 과거처럼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 협상팀은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의 교훈을 바탕으로 훨씬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2024년 6월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북한은 미국과 다시 신뢰를 구축하고, 트럼프는 ‘빅딜’의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은 북미 회담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을우려한다. 이를 막으려면.
“코리아 패싱은 현실적인 위험이다. 하지만 한국이 고위급 회담을 명확한 목표가 있는 실무 협상과 단계적으로 연계하고, 동맹 내에서 한국이 동의한 신뢰 구축 조치(가령 한미 공동 군사훈련 조정, 대북 인도적 지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통신선 복원 등)를 북미 협상 틀에 반영한다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조치는 사전에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한국 입장이 사전에 반영된 상태에서 북미 간 협상 구조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협상 결과가 한국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한국 외교의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지금처럼 다극화가 심화하는 시대에는 한국이 특정 강대국에 편중되기보다 산업·기술·문화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국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견국 간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등이 그 예다. 특히 전략적 제약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원칙에 기반한 목표 지향적 외교를 중심에 둬야 한국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원칙을 말하는 것인가.
“첫째, 동맹국과 정책 목표를 명확히 소통하는 것, 둘째, 국가 간 상호 호혜적 경제 개방을 추진하는 것, 셋째, 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자원이 제한되고 전략 환경이 복잡한 만큼, 외교의 외연을 무작정 넓히기보다 초점을 좁혀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역량을 높이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상단으로 도약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Plus Point
李 대통령, 美·日·中 정상 연쇄 통화韓 정상 외교 6개월 만의 재가동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과 연달아 통화하며 12·3 비상계엄 이후 6개월간 중단됐던 정상 외교를 본격 재가동했다. 첫 정상 통화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6월 6일 2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고,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 근간인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특히 한미 무역 협상에 대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두 대통령은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한 뒤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골프 라운딩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6월 9일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는 “향후 직접 만나 한일 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튿날인 6월 1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호혜·평등 정신 아래 경제·안보·문화·인적 교류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협력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오는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공식 초청했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2014년 박근혜 대통령 때 이후로 11년 만의 방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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