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뺀 왼쪽 귀로 사고로 잃은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김소연 2025. 6. 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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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강산은 작고 하얀 단지를 껴안은 엄마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고(故) 강메아리'라고 적힌 저 단지가 누나라니.

어느 날 산이는 보청기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왼쪽 귀로 누나 메아리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나는 산이와 같은 반 친구인 수줍음 많은 박한별의 마음을 열어 준 좋은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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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최현진 동화 '나비도감'
산이는 메아리 누나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연을 날리며 누나를 잃은 슬픔을 껴안는다. 문학동네 제공

"누나한테 인사해…"

초등학생 강산은 작고 하얀 단지를 껴안은 엄마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고(故) 강메아리'라고 적힌 저 단지가 누나라니. 사람들은 울었지만 산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저건 누나가 아니니까. 산이에게 누나의 죽음은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현실이다.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등단한 최현진 작가의 신작 '나비도감'은 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산이가 겪는 슬픔과 애도의 여정을 그린다.

초등학교 6학년인 누나는 여름방학 중 친구와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산이와 엄마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둘은 예전보다 말수가 줄고, 함께 웃지 못한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출근하던 엄마는 이제 아무 옷이나 입고, 머리도 자르지 않는다. 사고 기사에 달린 폭력적 댓글은 이들의 상처를 자꾸 덧나게 한다.

어느 날 산이는 보청기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왼쪽 귀로 누나 메아리의 목소리를 듣는다. 환청 같은 속삭임을 따라 누나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만나고, 외면해 왔던 자신의 감정과도 마주한다. 누나는 산이와 같은 반 친구인 수줍음 많은 박한별의 마음을 열어 준 좋은 선배였다. 한별이를 통해 누나가 왜 오렌지를 좋아했는지도 알게 됐다. 산이는 누나와 이별하고 감정과 관계의 진화를 겪는다. 작가는 사랑이란 죽음을 넘어서도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애벌레가 배추흰나비가 돼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듯 아이는 상실의 시간을 충분히 통과한 끝에 누나와의 이별을 영원한 기억으로 품는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렇기에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남겨진 이의 상실 이후의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나비도감·최현진 글·모루토리 그림·문학동네 발행·160쪽·1만3,500원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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