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얼음에 팔도비빔면까지… 계절에서 꺼내온 단어들[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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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얼음을 좋아해요.
각이 진 틀에 얼린 왜 그 네모난 얼음 있잖아요.
냉동실에 보면 포도송이 같은 동그란 틀도 있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딱 각이 진 네모라야 단단한 내 앞니와 상대할 맞수 같았어요.
와그작와그작 그 투명하고 말간 것을 깨물어도 덜 미안한 건 입안 가득 내가 부순 얼음 알갱이들이 가득할 때 골이 파일 듯이 조여오는 일이 먼저여서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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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얼음을 좋아해요. 각이 진 틀에 얼린 왜 그 네모난 얼음 있잖아요. 냉동실에 보면 포도송이 같은 동그란 틀도 있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딱 각이 진 네모라야 단단한 내 앞니와 상대할 맞수 같았어요. 와그작와그작 그 투명하고 말간 것을 깨물어도 덜 미안한 건 입안 가득 내가 부순 얼음 알갱이들이 가득할 때 골이 파일 듯이 조여오는 일이 먼저여서일 거예요.
여름 하면 얼음, 얼음 하면 땡, 땡 하면 땡스북스, 북스 하니 6월, 6월 하니 서울국제도서전…… 벌써 많이들 걸음하셨지요. 매년 모든 면면에 있어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책 축제 한가운데 올해도 그에 맞춤한 책을 하나 집어 들었네요. 이름하여 ‘여름어 사전’(아침달). ‘우리가 간직한 157개의 여름 단어’를 한 시절의 파노라마로 상연하는 듯 그 장면 하나하나를 마음 일렁이게 모은 책이에요. 이름하여 ‘행복어 사전’처럼 “여름에 피운 마음이 그곳에 잘 당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인 이 아름다운 책의 저자는 하나가 아니고 둘도 아니고 우리의 이웃 같은 여럿이라지요.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는 네 사람과 이곳에서 책을 출간한 시인들과 공모를 통해 받은 북클럽 회원들의 원고까지 말마따나 이 책은 여름으로 가는 동안의 끝말잇기이자 여름이 이끌어준 합심이 아닐 수 없다 하겠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여름에 먹자고 얼음 뜨기’라는 옛 속담을 배웠어요. 앞으로 큰일에 쓰기 위하여 미리 준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지요. 그 순간 유독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시집들이 매년 그 시즌이 오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우리에게 스며버리는지 알 것도 같았어요. 가수 이정선 님의 노래를 빌려와 봐도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고 여름은 사랑의 계절이니까요. 젊음과 사랑, 누가 어떻게 이길까요. 젊음과 사랑, 누가 감히 지울까요. 사전이니까 목차를 하드 문 입으로 읽어나가요. 굴타리먹다, 나무말미, 돌림곡, 배차간격, 복숭아절임, 산돌림, 손차양, 여을, 오이냉국, 작달비, 칠월송아지, 팔도비빔면…… “아직도 1.5인분 양의 팔도비빔면이 출시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첫 문장부터 옳거니! 추임새를 넣는 저라지요. ‘[명사] 1984년 출시된 인스턴트 비빔면’을 다 비빈 뒤 각 얼음을 털어 넣으면 오늘의 제 여름 별식 완성이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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