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글운동’ 신문들, 日광고 실어 수익냈다는데[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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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말과 글의 사용을 혹독하게 탄압했다.
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제국과 식민지 조선이 말과 글을 다루는 '출판'을 통해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3·1운동을 계기로 일본의 통치 방식이 문화정치로 바뀌면서 기관지가 아닌 민간에서도 조선어 신문이 창간됐다.
실제로 조선어 신문에는 한글운동과 일본어 서적 광고가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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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란 지음│윤인로 옮김│푸른역사

일제강점기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말과 글의 사용을 혹독하게 탄압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제국과 식민지 조선이 말과 글을 다루는 ‘출판’을 통해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여준다.
한·일 병합 이후인 1920년대에도 한반도에서는 조선어가 그대로 사용됐다.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 교육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3·1운동을 계기로 일본의 통치 방식이 문화정치로 바뀌면서 기관지가 아닌 민간에서도 조선어 신문이 창간됐다.
이들은 민족 신문을 표방하며 한글보급운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차압, 정간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항일’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저자는 이를 두고 조선인 독자를 늘리고 판매 부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조선어 신문에는 한글운동과 일본어 서적 광고가 공존했다. 일본과 조선의 출판 자본 모두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셈이다.
검열이 곧바로 발행 금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일본은 조선어 출판물은 물론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일본 매체도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일본 내 무산계급운동이 항일운동과 결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검열은 원고나 초벌 교정쇄 단계에서 이뤄졌다. 이를 통과한 매체들은 독자와 만날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후테이센징’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면서 검열당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찌그러트려 알아볼 수 없도록 한 뒤 그대로 내보냈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검열당한 내용에 주목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40년대에는 식민지 강압 통치가 절정에 달했다. 식자층은 조선어만큼이나 일본어에 능통했고 일본어 서적을 굳이 번역할 필요도 없었다. 조선어 문학이 일본어로 번역돼 ‘역수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렇듯 내선일체와 함께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애국심을 고취하는 전쟁 문학이 조선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으로 여성 종군 기자 하야시 후미코가 쓴 ‘방랑기’ 등이 있다. 인기에 힘입어 조선 전국 곳곳을 누비며 조선 독자를 만나는가 하면, 최정희 작가는 ‘조선의 하야시 후미코’라고 불리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런 미디어를 통틀어 ‘친일’이라는 단어로 치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출판자본을 매개로 근대 일본과 조선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양국의 근현대 역사가 긴밀히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연구만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418쪽, 2만8900원.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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