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아닌 이웃”… 기업도 다문화어린이의 ‘키다리 아저씨’ [기업과의 ‘초록빛 동행’]
맞춤형 교육·돌봄센터 운영
의료비 지원에 홍보 사업도
기업은행, 수년간 학습 멘토링
LGU+, 360명에 태블릿 지원
교원은 한국어 부모강사 초빙

지난 2022년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 자격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중학생 A 양. 6명 남매의 맏이인 A 양은 아픈 어머니와 동생들까지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한국어 공부와 문화·규범 습득은 제쳐둘 수밖에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었지만 정작 읽기·쓰기·듣기 등 기본적인 한국어 학습조차 이뤄지지 않아 학교 적응이 어려웠다. 그런 A 양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것은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과 IBK기업은행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주배경아동 지원사업 ‘디디다(D.D.Da) 프로젝트’였다.
디디다 프로젝트는 이주배경아동의 개별적 상황에 맞춰 학습비와 학습키트 지원부터 멘토링, 진로 캠프,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A 양은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국어와 영어 과외를 받아 최근 초등과정을 마무리하고 중등과정 학습을 시작했다. 시험 때마다 30점 맞기도 힘들었던 성적은 70점대까지 올랐고, 구체적인 진로도 꿈꿀 수 있게 됐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에만 국내 다문화가정 아동과 베트남, 콩고, 이집트 등 국가에서 중도입국한 아동 100명이 사업의 혜택을 봤다. 초록우산과 IBK기업은행은 이를 2027년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주배경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아동복지전문기관의 지원 사업들이 기업들의 따뜻한 동행에 힘입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초록우산은 IBK기업은행, LG유플러스, 교원그룹 등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사업 영역을 교육에서부터 건강, 돌봄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주배경아동은 외국에서 태어난 후 한국으로 건너오거나 한국 내 외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18세 미만 아이들을 의미한다.

◇초록우산, 교육·건강·돌봄 영역서 이주배경아동 다각도 지원…“이제는 이방인 아닌 이웃”= 초록우산은 지난해 1월부터 이주배경아동 지원사업을 재단의 중점사업으로 지정해 본격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거나 심지어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이주배경아동들을 이제는 우리와 일상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아동은 약 19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도입국 아동이나 미등록 아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공식 통계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발달·성장단계에 있는 이주배경아동들이 언어적 장벽과 문화·규범적 차이, 사회적 편견까지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초록우산은 한국에 대한 교육이나 학습지도는 물론, 아동 생애주기에 따른 진료 지원이나 심리·정서적 지원 등을 다방면으로 해오고 있다. 초록우산이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지원한 이주배경아동은 9033명이며, 올해는 이를 1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초록우산은 이주배경아동이 기초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국어 예비학교와 예비교실을 운영하고, 교육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직접 지역맞춤형 교육·돌봄센터를 운영하며 멘토링 연계 진로설계 지원, 심리정서 상담 지원 등 통합적인 지원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이주배경아동이 밀집한 경기 시흥시에서는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언어 장벽, 정보 문턱 등으로 필수예방접종 같은 기본적 의료 지원에서마저 소외되는 이주배경아동을 위해서는 긴급 의료비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세 이주배경아동의 필수예방접종률은 55.2%로, 한국아동(96.4%) 보다 크게 낮다. 이에 초록우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재단의 지원활동을 알리는 ‘생명을 살리는 영수증’ 캠페인을 새롭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주배경 가정 밀집 지역 내 점포에서 발행하는 영수증에 중국어, 러시아어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언어로 진료비 지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사회공헌은 기업의 책무” 주요 기업들의 협력으로 날개 단 이주배경아동 지원사업= 이주배경아동 지원이 사회 전체의 통합과 국가적 인재 양성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초록우산과 같이 공익 분야에 전문성 있는 비영리 조직이 사회공헌 허브 역할을 하면 기업들이 각자 특화된 영역에서의 지원을 확대해가는 식이다. 초록우산은 “기업들의 후원에 힘입어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초록우산과 IBK기업은행이 협력하는 디디다 프로젝트는 좋은 사례로, 선정된 아동에게 3년간 지속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주배경아동의 취학·진학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록우산과 함께하는 ‘아이드림챌린지’ 사업을 통해 지난 2023년부터 최근까지 아동과 부모 약 360명에게 교육용 태블릿PC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진행되는 2기 사업에서는 유치원 입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다문화가정 아동 105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지원했다. 만 3~7세 아동에게 동화 읽기나 키트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한 온라인 수업을 주1회 제공하고 교사가 수업마다 아동별 피드백을 가정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가정에서도 적극 호응하고 있어 지난해 6~12월 시행된 사업 중간평가 결과 아동의 평균 수업 출석률이 92.1%에 달했다.
기업들은 이주배경아동 개인뿐 아니라 가정에 대한 지원 역시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초록우산과 교원그룹은 지난 2023년부터 매해 이주배경 가정 60가구를 대상으로 한국어 역량 강화 교육을 펼쳐오고 있는데, 올해 사업에서는 부모들도 강사로 초빙해 함께 이중언어·문화를 가르치게 하기로 했다. 아동들은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경복궁·민속박물관 방문, 명절 음식 만들기 등의 한국문화 체험활동도 경험하면서 한국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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