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불법이민자 있나요?”… 트럼프, 백악관 인부들에 ‘잔인한 농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6.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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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DC 백악관 잔디밭에서 깃대 설치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과도한 정치적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거대한 성조기 깃대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인부들에게 “여기 불법 이민자가 혹시 있느냐”며 “있다면 당신 인생은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상황에 맞지 않는 ‘잔인한 농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미국이 동참할지 여부를 놓고 세계의 관심이 주목됐던 이날, 트럼프는 백악관 잔디밭에 자신이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약 30미터짜리 성조기 깃대 설치 작업을 직접 감독하러 나왔다.

취재진 앞에 선 트럼프는 “우리는 수천명의 살인자들, 마약상들, 정신이상자들을 국경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정책 성과를 거론한 뒤, 자신의 지시로 깃대를 설치하던 헬멧 쓴 건설 노동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혹시 그런 사람(불법 이민자) 있습니까? 여러분, 이 사람들을 오래 알고 지냈죠? 불법 이민자가 있는가요?” 노동자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이어 트럼프는 말했다. “만약 있다면 곧 알게 될 겁니다. 오늘 이 기자회견 때문에 당신 인생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본인 지시로 백악관에 깃대를 설치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상대로 저런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잔인함이 트럼프에겐 재미” “저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면 노동자들이 장비를 내려놓고 백악관을 나왔어야 했다” 같은 비판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 및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앞서 이날 트럼프는 백악관을 찾은 이탈리아 유벤투스 축구팀을 상대로도 과도한 정치적 질문을 던져 선수들의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다. 유벤투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참가차 미국에 머무는 동안 트럼프의 초청으로 이날 백악관을 방문했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던 트럼프는 자신의 등 뒤에 줄 서있던 선수들에게 “여성도 당신들의 팀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일순간 선수들 사이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한 선수가 당황스러운 듯 “예?(Yeah?)”라고 말문을 열었고, 트럼프는 다시 선수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성들이 유벤투스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선수들의 답변이 없자 트럼프는 다시 다미앵 코몰리 유벤투스 단장을 콕 집어 “단장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단장은 “우리는 아주 훌륭한 여자 팀이 있다”고 했고,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 “그렇다. 여자 팀은 있지만, 여자들은 여자들과 함께 경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취임 초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스포츠 참가 금지 정책을 놓고 유벤투스 선수들에게 정치적 의견을 강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유벤투스 단장의 발언을 가리켜 “축구팀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외교적이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트랜스젠더보다 더 트랜스젠더 문제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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