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터의 후계자’ 기대했는데..핀스트라이프의 마지막 퍼즐 조각 볼피, 언제 폭발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볼피는 '제 2의 지터'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갈 길이 너무도 먼 듯하다.
뉴욕 양키스는 최근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6월 14-16일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했고 이어진 LA 에인절스와 홈 4연전에서도 1-3차전 3연패를 당하며 6연패를 기록했다. 주춤한 사이 지구 2위 탬파베이 레이스와 승차는 1.5경기까지 좁혀졌다(이하 기록 6/19 기준).
지구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빅리그 6개 지구 중 가장 승률이 낮은 1위다(0.575).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0.635)와 차이도 꽤나 크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이었고 올해도 초반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지금은 페이스가 떨어졌다.
모든 화살은 팀의 주장인 애런 저지가 맞고 있다. 저지는 최근 7경기에서 24타수 2안타(.083/.154/.208) 1타점에 그쳤다. 안타 중 하나가 홈런인 것이 유일한 위안. 5월 셋째 주까지도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던 저지는 이제 타율이 3할6푼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저지에 가렸을 뿐 못지않게 부진한 타자가 있다. 바로 주전 유격수인 앤서니 볼피다. 볼피는 최근 7경기에서 .115/.148/.115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공격 뿐만이 아니다. 볼피는 19일 에인절스전에서 8회초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팀의 2-3 패배 원흉이 됐다.
볼피는 19일까지 올시즌 72경기에 출전해 .235/.307/.419 8홈런 39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센터라인의 핵심인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부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수치. 하지만 만족스럽다고도 할 수 없는 성적이다.
2001년생 우투우타 유격수 볼피는 양키스가 팀의 미래로 여긴 특급 기대주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0순위로 양키스에 지명된 볼피는 2022-2023년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전체 TOP 10급 유망주 평가를 받았다. 2023시즌에는 전체 5순위 유망주 평가도 받은 볼피다.
엄청난 기대주였던 만큼 데뷔와 동시에 자리도 보장받았다. 2023년 빅리그에 데뷔한 볼피는 곧바로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됐다. 데뷔시즈 159경기에 출전한 볼피는 21홈런 60타점 24도루를 기록하며 데뷔시즌 20-20을 달성했지만 슬래시라인은 .209/.283/.383에 그쳤다. 장타력과 빠른 발을 모두 가졌지만 정교함도 선구안도 부족했다. 다듬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신인왕 8위에 오른 볼피는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견고한 수비력은 인정을 받았다.
2년차 시즌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볼피는 160경기에 출전해 .243/.293/.364 12홈런 60타점 28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155안타를 기록하며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은 발전했지만 출루 능력은 여전히 아쉬웠다. 2년 연속 80대(82, 86)의 wRC+(조정 득점생산력)를 기록한 볼피는 리그 평균 이하의 생산성을 보이는 타자였다. 볼피가 2023-2024시즌 2년간 bWAR 6.7, fWAR 5.3을 기록한 것은 타격보다는 수비력 덕분이었다.
올시즌 볼피는 큰 변화를 줬다. 시즌 개막과 함께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어뢰 배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여러 선수들이 잠시 어뢰 배트를 쓴 뒤 다시 일반 배트로 회귀했지만 볼피는 여전히 어뢰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대표 어뢰 배트 사용자가 된 볼피는 지난 2년보다는 좋아진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wRC+도 데뷔 3년만에 처음으로 리그 평균 이상을 기록 중이다(107, ML 평균 100).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지만 타율이 워낙 낮아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어뢰 배트의 도움 덕분인지 장타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 2년간 합계 50개 2루타를 기록한 볼피는 올해 시즌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2루타 20개를 터뜨렸다.
볼피에 대한 양키스의 기대치는 원래 이보다 훨씬 컸다. 뉴욕 태생의 볼피는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다. 지터가 롤모델이었던 볼피는 양키스의 지명을 받으며 핀스트라이프의 '홈타운 스타'가 될 기회를 얻었다. 볼피는 지터가 은퇴한 후 양키스 유격수 주인이 된 첫 번째 '팀 프랜차이즈' 선수다. 지터 은퇴 후 외부에서 영입한 디디 그레고리우스, 시카고 컵스에서 영입한 특급 기대주 글레이버 토레스(현 DET)에게 유격수를 맡겼던 양키스는 드래프트에서 볼피를 지명한 뒤 볼피를 장기적인 유격수 자리의 주인으로 낙점했다.
물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슈퍼스타 지터와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볼피는 재능이 있는 선수였다. 유망주 시절 20-80 스케일 평가에서 타격 60, 파워 60, 주루 55, 어깨 50, 수비 50, 총점 60을 받은 볼피는 2할 후반의 타율과 25-30개의 홈런, 30개에 가까운 도루까지 기록할 수 있는 5툴 플레이어의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뛰어났다. 마이너리그 3시즌 동안 275경기에 나선 볼피는 .262/.376/.505 50홈런 162타점 89도루를 기록하며 아주 정교하지는 않지만 장타력과 빠른 발, 출루 능력까지 두루 갖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모습이 아직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직구 대처 능력은 좋지만 변화구에 약점이 있고 헛스윙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컨택 능력이 아쉽다. 주루와 수비는 수준급이지만 타격은 여전히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양키스 전력의 핵심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저지지만 저지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볼피가 최소 6번 타순에는 완전히 자리를 잡을만한 기량을 꾸준히 보여야 양키스 타선도 제대로 강력한 모습을 발휘할 수 있다. 정교함과 출루 능력을 더 보완해 테이블세터를 맡을 수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야구계 최고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양키스다. 이미 기량이 만개한 저지에게 더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어쩌면 양키스가 다시 야구를 지배하는 팀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은 볼피일 수도 있다. 과연 볼피가 언제 '지터의 후계자' 모습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앤서니 볼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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