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부터 온습도까지 ‘한눈에’…기후변화 대응 최적의 생육환경 만든다
(2) 온실 에너지·설계 관리
에너지 소비량·CO2 농도 등
스크린에 그래프로 시각화
데이터 기반 작물 재배 가능
농진청 온실시스템 ‘젬스’ 호평
“품질 좋아지고 수확량도 늘어”

“전기요금 고지서 날아오기 전까지 난방비 예상액에 대해선 깜깜이로 살았는데 이젠 제가 시설하우스 온도를 조절하고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어 안심입니다.”
12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의 한 딸기 시설하우스에서 터치스크린이 빛을 내고 있었다. 농장주 정재식 네자매농원 대표(51·학동리)가 화면을 몇번 누르자 5월 한달간 이 농장에서 사용한 난방용 전력량이 막대그래프로 나타났다.
정 대표의 사용량은 276.2㎾h(킬로와트시)로 전국 평균치(303.82㎾h) 대비 크게 낮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엔 난방 설정 온도를 조절해 다른 농장보다 전기를 덜 쓴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다시 화면 터치를 몇번 하자 이번달 내야 할 난방비와 내부 온도를 높이거나 낮췄을 때 예상되는 난방비가 계산돼 나왔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시설작물 재배에 관심을 두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따르기 마련인 난방비는 농가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23 농산물소득자료집’에 따르면 시설딸기농가는 1000㎡(303평)당 143만원을 수도광열비로 지출했다. 전체 경영비(1508만원)의 9.5% 수준으로 종자·종묘비, 고용노동비 다음으로 높다.
자신이 지출할 난방비가 얼마인지 바로 알아내거나, 시설 내 생육환경을 달리했을 때 난방비 지출 부담이 얼마나 늘고 주는지를 빠르게 파악한다면 시설작물 재배는 훨씬 수월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1월 개발한 온실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젬스(GEMS)’는 이런 상황에서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젬스는 시설하우스·유리온실에서 사용한 전기·유류 에너지 사용량과 예상 납부액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외부 기상조건은 물론이고 실내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파악해 원하는 생육환경을 만드는 데도 일조한다.
정 대표는 지난해 9월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추천받아 젬스를 각각 661㎡(200평) 규모인 비닐하우스 4동에 설치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4개월간 겨울딸기를 재배할 때 난방비가 평균 800만원이 드는데, 시설 설치 이후 실내 온도를 외부 기온에 따라 5∼8℃로 유연하게 설정한 결과 난방비를 80만원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전엔 내부 이산화탄소를 보충하려면 감각에 의존해 10∼20분씩 이산화탄소 발생기를 돌렸는데 지금은 정확히 3000ppm이 되도록 설정해 효율적”이라면서 “젬스 도입 후 딸기 품질·수확량이 개선돼 지난해 한동당 3000만원이던 딸기 판매액이 올해 3600만원으로 20% 늘었다”고 말했다.
시설 도입비는 풀어야 할 숙제다. 농진청과 설치업체에 따르면 젬스를 도입하려면 한대당 600만∼70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윤성욱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을 통해 농가 융자·자부담이 3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4년(80만원X4년=320만원) 안에 설치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개발된 3차원 ‘온실 설계 지원 프로그램’도 유용하다. 농진청에 따르면 기상재해로 인한 시설원예 피해액은 1998∼2022년 연평균 58억2000만원에 달한다. 기상이 급변하는 상황에선 시설하우스 설계단계부터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농민은 온실을 지을 때 주로 2차원(2D) 종이 도면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이해가 어렵고 건설비용을 따지기 쉽지 않다. 농진청은 2차원 도면 대신 3차원 모형을 만들어 온실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뵀다. 구조를 설계하면 건설비용을 자동으로 계산해주고, 바람이나 눈 등에 대한 안전성 또한 분석해 온실 설계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 농민은 “실제 프로그램에 농장 위치, 온실 높이·방향을 입력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신규 온실로 인해 기존 온실에 발생할 수 있는 그늘 영향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앞으로 폭설·태풍이 닥쳤을 때 예상되는 피해규모를 미리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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