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식량 공급 위기’ 현실로…취약층 지원 늘리고 비축 강화할 때
기후위기탓 농식품 물가 급등
소득 낮을수록 식품 소비지출↓
바우처 대상 줄어 사각지대 발생
지원사업 중단…농가에 타격 커
산지 직접연결 유통구조 마련도


농산물 수급불안과 고물가 현상이 촉발한 ‘식량 공급 위기’가 현실화한 가운데 이재명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먹거리정책에 눈길이 쏠린다. 쪼그라든 종전 지원사업을 재개·확대하고 먹거리기본권 제고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공급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생산자와 소비자 양측에서 제기된다.
기후위기가 상시화하면서 농산물 생산성은 악화하고 있다. 수급불안이 반복되고 농식품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사이 국민의 식품 구매력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양질의 먹거리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식량 공급 위기가 나타났다.

이같은 식량 공급 위기의 충격파는 차별적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품 소비 지출액이 적어 식생활이 부실할 공산이 크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소득 1분위(하위 20%)의 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구입비는 27만3802원인 반면 5분위(상위 20%)는 58만6770원으로 나타났다. 육류와 과일·채소 가공품 등의 지출 차이는 더욱 컸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먹거리 지원사업도 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2022·2023년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중단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해당 사업을 어렵사리 시행하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정책의 수혜 범위가 달라지면서 당초 사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농식품바우처’는 5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했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 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위기 해소를 위해 먼저 기존 먹거리 지원사업을 재개·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가구 대부분이 1인가구와 노인가구·저소득층인데, 농식품바우처는 중위소득 가운데 임산부,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를 주된 대상으로 하면서 정책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면서 “과거 사업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먹거리정책의 당초 취지가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 확충과 함께 국산 농산물 소비 기반 확대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조성근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종전 사업의 중단으로 친환경농산물 판로가 줄어들면서 농업계 피해가 크다”며 “생산주체인 친환경농가를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은 ‘산단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 ‘긴급끼니 돌봄사업’을 공약하며 먹거리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 전문위원은 “이들 공약은 먹거리기본권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이 중 산단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은 경남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으로, 빠른 시일 내 시범사업 격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에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 ‘산단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취약계층의 먹거리문제를 핀셋 지원하는 한편 유통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비축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허헌중 지역재단 이사장은 “생산자들이 주도적으로 수급안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농산물 수급이 일부 거대 유통자본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요 확대는 풀어야 할 숙제다. 초·중·고등학교나 경로당의 공공급식과 같은 지역의 공공 구매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농업 생산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허 이사장은 “이미 기후위기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기후재난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 책임의 ‘기후농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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