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정책 조정자 아닌 참여자 돼야…'킬러기술' 확보만이 살 길"
[편집자주]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왔다. 기술패권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다. 산업정책의 부활은 선진국이 주도한다. 한국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산업 혁신은 사라졌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만 늘었다. 정부 주도 산업정책으로의 전환,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주도 성장 전략으로 산업화를 이끈 한국은 한때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는 민간 중심의 혁신과 자율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는 경제안보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 흐름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고유한 활로를 찾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이에대해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도 작다"며 "일부 국가가 보호무역으로 간다고 따라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무역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라며 "정부는 산업생태계의 구성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 17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보호무역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산업 육성은 중요하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무역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상대국과의 무역마찰 가능성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문 전 장관은 "이제는 정부가 산업정책을 주도하는 '조정자'가 아니라 산업생태계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참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개입은 민간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킬러 기술'이다. 문 전 장관은 "견고한 산업생태계가 있다는 말은 '킬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자 공급망이 재편되거나 일부 국가서 자국내 현지 생산을 강조해도 우리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력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국이 버티고 도약하려면,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바이오 같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 역시 정부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뒷받침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 첨단전략산업특별법 등을 통해 대응 기반을 마련해왔다. 문 전 장관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핵심소재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2021년에는 첨단산업 전용법까지 만들었다"며 "산업정책의 대응력은 크게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호무역에 대한 대응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을 보호하자는 명분 아래 자유무역 원칙을 저버릴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협상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조금 확대나 지나친 시장 개입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민간의 창의성이 뒷받침될 때 산업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정부가 지나치게 나서면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민간 주도, 정부 보완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정부도 정교한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부 역할을 산업생태계 전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전 장관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이후 정부는 직접 보조금보다 R&D(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했다"면서 "그 결과 반도체, 조선 등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정부가 조성자가 아니라, 생태계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소기업 지원, 인력 양성, 핵심자원 확보 등에서 정부는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문 전 장관은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며 "통상정책 역시 산업정책의 구성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정책도 산업정책과 긴밀히 연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논리로 산업 기반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원전은 안정적인 전원으로서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이 중요하고, 재생에너지도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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