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도 채찍도 방향은 하나…미국, 왜 산업정책을 다시 들었나
공장으로 돌아간 국가 전략,
국가안보와 산업전략의 결합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이 짧은 구호는 미국의 대전환을 예고한 첫 신호였다.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게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이른바 '트럼프노믹스', 미국 우선주의를 향한 트럼프판 산업정책의 핵심이다.
산업정책을 단순한 경제정책 이상의 국가안보 도구로 끌어올린 건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을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미국의 위기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였던 2017년 직후부터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제조업 부흥과 중국 견제를 산업정책의 정중앙에 배치했다. 2018년 도입된 고율 관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반도체 수출 통제가 중국과의 이런 전략적 경쟁을 의식한 조치였다.
IRA는 미국산 전기차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탈중국 공급망 동맹 구축에 불을 붙였고 칩스법은 최대 390억달러의 보조금 지원으로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유도했다. TSMC, 삼성전자, 인텔이 모두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 등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생산시설을 착공한 게 이 법의 효과다.

2022년 8월 칩스법이 발효된 뒤 TSMC(1650억달러·올해 1000억달러 추가 포함), 삼성전자(400억달러), SK하이닉스(38억7000만달러), 인텔(1000억달러 이상), 마이크론(1500억달러) 등이 발표한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 규모만 4500억달러(약 616조원)가 넘는다.
미국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핵심 산업과 공급망의 위치는 이제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라며 "산업이 국가 전력의 일부가 됐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선 공정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속뜻은 공급망 동맹 구축을 넘어 채찍을 통해 미국 단독의 공급망 자립을 핵심으로 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전략의 선포인 셈이다.
전 세계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시장 규모와 기축통화를 바탕으로 한 강압 정책은 아직까지는 유효해 보인다. 품목 관세 대상이 된 자동차 기업들이 발표한 미국 현지 직접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반년도 지나지 않아 360억달러(약 49조원)에 이른다. 국내 업계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올 3월 총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이 중 58억달러는 철강 공장 투자용이다.

미국 싱크탱크 PIIE의 체드 바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정책은 더는 보조금이나 혜택의 유인책이 아니라 강압적이며 처벌을 전제로 한 '산업 안보 통제 전략'에 가깝다며 "트럼프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는 관세 정책이 공급망 구조 재설계와 지정학적 통제로 진화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이 왜 산업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냐는 질문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시킨 산업정책은 미국 국력의 재정의이자 지정학적 헤게모니 재설계를 위한 전략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누구라도 미국이 구축하는 공급망의 '내부자'로 들어가기 위해선 미국이 원하는 경제·외교적 요구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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