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전문기자가 본 문학에 녹아있는 ‘날씨와 삶’

김여진 2025. 6.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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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출신 신방실 KBS 기상전문기자의 새 책 '날씨의 문장'은 사랑하는 문학 작품들의 페이지 틈에서 날씨 이야기를 꺼내 삶으로 연결해 주는 에세이다.

날씨와 문학 모두 삶과 뗄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날씨 덕에 탄생하는 문학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의 삶도 사계절 날씨와 문학 위에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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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출신 신방실 ‘날씨의 문장’ 출간
기후위기 메시지·과학상식 담겨
서울국제도서전서 독자와 소통

강릉 출신 신방실 KBS 기상전문기자의 새 책 ‘날씨의 문장’은 사랑하는 문학 작품들의 페이지 틈에서 날씨 이야기를 꺼내 삶으로 연결해 주는 에세이다.시시각각 달라지고, 예측을 벗어나기도 하는 날씨는 삶과 닮았다. 그러므로 문학이 날씨를 ‘채용’하는 일은 당연하다. 날씨와 문학 모두 삶과 뗄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날씨 덕에 탄생하는 문학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안개 속에서 피어났고, 카뮈의 ‘이방인’ 속 뫼르소를 내리쬔 뜨거운 태양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와 토토를 휘감아 데려간 회오리 바람, 살 냄새와 흙 냄새 뒤섞인 ‘소나기’와 ‘소낙비’ 속 장대비도 생각해 보면 보조 출연자가 아니라 문학의 주인공이다.

저자의 삶도 사계절 날씨와 문학 위에 포개진다. 그는 “영원한 우기도 없고 끝나지 않는 안개와 폭염도 존재하지 않는다. 먹빛 하늘에서 궂은 소나기가 쏟아지다가도 거짓말처럼 햇살이 비집고 들어온다”거나 “해가 떠오르면 물기를 거두는 안개처럼 인생은 어느 순간이 지나면 불확실성을 거두고 명료한 세계로 나아간다”며 위로를 건넨다.

아무리 궂은 날씨나 폭력, 고통을 마주해도 숭고함으로 이겨내는 마음도 돌아보게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속 제비가 추위로 죽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보석을 물어다준 마음은 영원히 빛나듯.

다룬 작품 대부분이 고전들이다 보니 기후위기로 인해 과거 문학 속 날씨가 오늘날과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비교해볼 수 있다. 기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바뀌면, 고전 속에 표현된 날씨들은 다시 만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저자는 “우리를 꿈꾸게 만든 아름다운 사계절과 이별한다면 미래에는 비발디나 윤동주 시인 같은 감성이 영영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게 분명하다”며 삶과 사랑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날씨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계절의 변화 기준, 우리나라 기후 특성, 날씨 현상 등에 대한 과학적 설명도 상당 부분 곁들여 놓아, 관련 상식은 덤이다. 눈에 대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차이를 지워버린다”고 찬사를 보내다가도 눈 결정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풀어주는 식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취재를 위해 소천초 해양과학기지를 찾은 에피소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댓글을 보며 느끼는 소회 등 현직 기자의 일상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봄날에 속살거리는 연인들도, 병마와 싸우며 흔들리는 가을 나뭇잎을 바라보는 노인도, 하굣길 장대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처마 밑에서 숨 고르는 아이들도, 그들의 하루하루 모두 문학이자, 날씨임을 알게 된다.

봄의 끝을 여름이 결정해 버린 6월의 한가운데, “달고 쓴 계절을 버티면서 촘촘히 지혜의 나이테를 쌓아갈 수 있는” 일상을 소중히 보듬어 볼 수 있다. 김연수 소설가는 “날씨처럼 인생 역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날씨는 즐기는 사람의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이라는 서평을 남겼다.

저자는 강릉여고 졸업후 연세대에서 수학·대기과학을 공부했으며, 나사(NASA), 미 국립해양대기청, 나로호 발사 현장을 취재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19일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도 참여해 독자들과 소통했다.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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